인간 중심 사회에 새 희망은 없다

 

은신 방해하는 인공 장애물 설치

관광객 유입 막지 못해 관리 소홀

교란 반복땐 월동지·번식지 못가

겨울새 개체 수, 2년새 15% 감소

최대 철새 기착지인 경기도의 도래지 일대에 은신을 방해하는 인공 장애물이 설치돼 이곳을 찾는 철새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시 매향리 일대에서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2025.5.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대 철새 기착지인 경기도의 도래지 일대에 은신을 방해하는 인공 장애물이 설치돼 이곳을 찾는 철새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시 매향리 일대에서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2025.5.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대 철새 기착지인 경기도의 도래지들이 개발 위협과 보존이란 미명하에 방치되는 이중고 속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새의 은신을 방해하는 인공 장애물이 설치되거나 관광객들의 유입을 막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며 도래지를 찾는 철새가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찾은 화성의 매향리 갯벌. 갯벌로 진입하는 둑 아래에 페트병과 라면 봉지 등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폐기물과 비료포대 등 농업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와 갯벌 사이에는 어떠한 울타리도 없었다. 2005년까지 갯벌 일부가 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될 때는 갯벌 침입을 막는 군용 철조망이 있었지만, 사격장이 해제되면서 울타리가 해체됐고 이후 아무런 경계 없이 방치된 상태다.

캠핑을 온 관광객이나 인근의 경작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생태적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게 이곳을 10년 이상 모니터링한 환경단체들의 설명이다. 매향리 갯벌은 2021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한 해 3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관찰된다.

앞서 해양수산부가 갯벌에 염습지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블루카본사업’의 말뚝은 철새들의 직접적인 은신을 방해하고 있는 상태다. 갯벌과 다리 하나를 건너 위치한 화성호 간척지는 경기국제공항의 예비 후보지이기도 하다.

개발 위협과 보존 사각지대에 놓인 철새 도래지는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람사르 습지인 고양 장항습지는 4년 전 지뢰폭발 사고로 보존사업이 중단됐다.

안산의 대부도 갯벌도 시가 건폐율 상향 등 대부도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올해 성장관리계획 구역으로 지정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도 갯벌 역시 람사르 습지이며 매향리 갯벌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AF)로 분류돼 있다.

도래지의 위기는 국내를 방문하는 철새 개체 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공개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132만여 마리(3일 동안 관찰)의 철새가 확인됐다.

전년 동기에 발견된 136만마리보다 3% 가까이 줄었고, 2022년 같은 기간에 발견된 156만마리보다는 2년 사이 15% 정도 감소한 수치다.

정한철 화성습지세계유산등재추진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은 “철새도래지 인근에서 진행되는 개발이나 사람의 접근은 새들에게 교란 행위로 작용한다”며 “새들의 먹이 활동, 에너지 충전 등 생존을 위한 은신 활동들이 반복되는 교란에 노출될 경우 번식지나 월동지로 날아갈 힘을 잃는다”고 말했다.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

/고건·마주영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