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다닌 후로 자해 증상까지…

아들 몸 상처 질문 ‘모르쇠’로 일관

지난달 권익옹호기관에 도움 요청

올 2월 장애아동 3명도 피해 확인

지난해 5월 A(36)씨의 팔꿈치와 팔뚝에 생긴 멍자국. /A씨 부모 제공
지난해 5월 A(36)씨의 팔꿈치와 팔뚝에 생긴 멍자국. /A씨 부모 제공

장애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시설에서 성인 장애인이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인천연수경찰서는 민간 시설인 연수구 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종사자(치료사)가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인천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신고를 받고 조사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 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고 있는 A(36)씨의 손등에 커다란 멍을 발견한 부모는 지난달 14일 인천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뇌색증이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그의 부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종종 아들의 팔뚝과 가슴 등에 손톱으로 강하게 꼬집은 듯한 상처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A씨 부모는 아들의 몸에 상처가 발견될 때마다 센터 측에 이유를 물었으나 매번 “집에서 다친 게 아니냐”는 식의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 “CCTV에 학대 당하는 모습”…자해 증상까지 생겨

손목에 멍을 확인한 A씨 부모는 센터를 찾아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구했다. 그렇게 받은 지난달 11일자 CCTV 영상에는 센터 종사자들이 A씨의 머리를 팔꿈치로 밀치거나, 손을 들어 때리려고 하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부모에게서 교육받은 대로 A씨가 종사자의 손을 잡는 등의 방식으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4차례나 했으나 종사자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에게 자리에 앉아 엎드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점심시간이 되자 센터 종사자들은 비빔밥, 된장국, 군만두, 메추리알 조림, 김치 등이 담긴 식판을 장애인들에게 나눠주었는데, A씨 식판에는 맨밥과 군만두밖에 없었다. 유독 A씨에겐 젓가락도 주지 않아 그가 맨손으로 군만두를 집어먹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A씨 어머니는 “아들이 센터에 다닌 이후로 배변 실수를 하기 시작했고 탈모가 생겼으며 손톱으로 온몸을 할퀴는 자해 증상까지 보였다”면서 “CCTV 영상을 보고 나서야 왜 아들의 건강이 악화됐는지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경찰, 앞서 장애 아동 학대 혐의로 센터 수사

이 센터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센터에서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를 받던 B(8)군의 몸에 폭행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연수구 아동보호팀이 조사를 벌인 결과, 장애 아동 3명이 학대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연수구는 지난달 8일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센터를 재지정하지 않았다.

연수구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아동보호팀의 조사 결과 이 센터는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다른 시설을 알아볼 시간을 달라는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뒀다”고 말했다.

경인일보는 센터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