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일산에 사는 A씨는 중학교 2학년 딸을 국제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해 컨설팅 업체를 찾아다니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녀가 영어와 중국어에 소질을 보이면서 외고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곧 폐지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급한대로 국제학교로 방향을 바꾼 것.

A씨는 "국제학교는 외국 대학 진학이 목적인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요즘은 졸업하고 의대나 SKY로 진학하는 아이들도 많더라"며 "외고·자사고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발 빠른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입학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외고·자사고 폐지'가 현실화되자, 학부모들의 관심이 오히려 국제학교로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교육부와 국내 소재한 6개 국제학교(BHA·KIS·NLCS·SJA(제주 소재), 대구국제학교(DIS),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등에 따르면 8월 입학 시즌을 앞두고 문의가 부쩍 늘었다. 한 국제학교 관계자는 "지난 입학 시즌 때보다 상담전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입학을 대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일정 기간 외국 체류 경험이 있어야 하는 '외국인학교'와 달리 국제학교는 별도의 입학 시험만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다.

게다가 외고에서처럼 다양한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국제고에서 이수할 수 있는 국제정치·국제사 등 사회 심화 교과로 구성된 커리큘럼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들 학교의 장점을 전부 아우르는 셈이다.

1년 수업료가 평균 2천만원을 넘어 특목고를 뛰어넘는 '귀족학교'로 불리고 있지만, 그간 외고·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들 사이에서는 국제학교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제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어학원과 관련 컨설팅 업체에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제학교 입학시험 대비반, 면접 준비반 등을 운영하는 강남의 한 컨설팅 업체는 "컨설팅 비용이 수십만원에 달하지만, 외고 폐지론이 불거진 이달 초부터 상담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교의 서열화와 계층화를 없애기 위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해도, 국제학교로 인한 풍선효과는 막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인찬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국사와 국어를 이수하면 국제학교 졸업생도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 외고의 대체 효과를 노리는 학생들이 국제학교로 몰릴 것"이라며 "국제학교가 소규모여서 대중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양극화의 상징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래·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