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개소 1주년'… 이국종 센터장을 만나다

시스템이 살려내는 '1초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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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치료포기 전원 비율' 제로·타센터와 실적 비교불가
"지휘고하 막론 똑같은 환자… 마지막 사회 안전망"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 헌신 '원칙대로 운영'이 생명


깜깜한 밤하늘을 나는 헬기 안은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수술복을 입은 여러 명의 의료진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상황을 파악했고,손으로는 바쁘게 장비를 점검했다. 헬기가 이천의 어느 풀숲에 내려앉자, 의료진은 헬기에서 뛰어내려 기다리고 있던 구급차로 달려갔다.

귀로는 구급대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눈으로는 환자를 체크하고 손으로는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를 헬기에 태운 이후에도 치료는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그 환자는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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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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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 매일 밤 벌어지고 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이하 경기남부센터) 의료진에겐 일상이기도 하다. 경기남부센터가 개소한 지 1년, 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국종 센터장을 만났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지났을 무렵인데도 그는 지쳐보였다.

연이은 수술과 진료에 한바탕 땀을 쏟은 모양이었다. 1주년 소감을 묻자 그는 "중증환자를 1시간 이내에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의료진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진료체계가 바뀌고 있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진국에선 당연히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환자의 상황을 전해 듣고 의료진들이 응급실에 모여 치료를 준비한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진찰과 진단이 이루어지고 바로 적절한 치료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가 다 그렇지만, 중증환자는 단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외상센터의 핵심은 바로 그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에 경기남부센터의 실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중증환자의 응급실 재실시간이 평균 8.5시간인데 경기남부센터의 경우 1.5시간이다. 외상팀의 처치 적절성을 비교해도 응급수술까지 걸린 시간이 개복수술의 경우 56분에 불과하다.

다른 센터들이 평균 242분 걸린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환자 치료를 포기하고 타 병원으로 이송시킨 '전원'비율은 제로다. 오히려 타 병원에서 경기남부센터로 전원시키는 비율이 높다. ┃그래픽 참조

외상센터 의료진 티베이 진료
환자 이송 위해 헬기 기다리는 의료진.이국종 교수외 진료진이 헬기 앞에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외상센터 의료진 티베이 진료.(사진 위부터)

혈세를 투입해 민간병원에 외상센터를 건립하다보니 따가운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개소 두 달만에 센터 병상은 포화됐다. 외상센터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센터장은 "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 대부분이 노동현장에서 위험 노출빈도가 높은 블루칼라들이다. 최소한 경기남부센터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은 위급 환자"라고 말했다.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 해도 워낙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의료진의 헌신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이 센터장은 "모든 의료현장이 그렇지만, 외상센터는 특히 원칙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진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시스템을 만들었고 몇몇 뜻 맞는 이들과 힘겹게 끌고 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의료계 전체의 문화가 바뀌는 데 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밀고 나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많이 지쳐 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당부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병원이 우리처럼 될 순 없겠지만 병원 옥상, 어려우면 지역 공공기관이라도 헬리패드(소규모의 헬리콥터 이착륙장)를 설치해야 합니다. 헬기가 갈 수 있으면 우리가 어디라도 가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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