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사람은 여전히 '쓸모' 유무로 판단되는 경향이 완고하다. 교육부 명칭이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목적이 '인적자원'을 양산하는 것에 있는가. 치매라는 말도 그렇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을 폄하하고 모욕하는 언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반인권적이고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용어로는 자연스러운 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런 반인권적인 용어로는 노인 혹은 치매환자에 대한 상상력의 개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라는 말을 지금 당장 폐기처분하자. '나쁜' 언어로는 오염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치매라는 용어를 대체하는 용어로 인지장애가 꼽히지만 아직 정착되지는 않았다.
치매친화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제목 그대로 "치매와 싸우지 말라"는 주장을 한다.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인지장애(치매) 환자를 돌보는 마을의사인 나가오 가즈히로와 돌봄 공무원인 곤도 마코토가 문답 형식으로 쓴 책이다. 저자들은 치매친화사회를 위해 인간중심돌봄 혹은 위마니튀드(humanitude) 같은 좋은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중심돌봄이란 환자 개개인을 존중하고 그 사람의 시점과 입장에서 이해하고 돌봄을 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human)과 태도(attitude)의 합성어인 위마니튀드 또한 환자의 인격을 중요시하는 돌봄을 뜻한다. 나는 두 저자가 당사자인 환자 또한 '1인칭 연구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선 시민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로 그 규모가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지장애(치매) 환자는 아리셉트 처방을 비롯해 약물치료 위주의 처방을 받고, 요양원 같은 '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보다 가족을 더 우선하는 우리의 돌봄문화와 관련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환자들은 말할 상대가 더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치매 서포터 100만명 캐러밴' 캠페인을 벌여 수백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배회해도 괜찮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본 사례를 면밀히 참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지장애 환자의 개별성을 중시하고 생활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치매 노인을 쓸모없는 삶이라고 간주하는 우리의 돌봄문화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우리의 미래 또한 결코 밝지 않다. '우리를 빼고 우리 일을 결정하지 말아요'라는 표현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고영직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