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입주 기업들이 기준치 24배나 되는 비소가 섞인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 환경 당국에 적발됐다. 이 기관은 1급 발암물질인 비소 함량이 기준치를 넘은 사실을 알고서도 수개월 동안 고농도 폐수를 하수처리장으로 흘려보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에 입주한 기업과 연구소들도 무허가로 폐수를 내보내다 꼬리가 잡혔다. 이들 업체 역시 폐수배출시설을 신고해야 한다는 행정당국의 안내 공문을 받고서도 1년여 동안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을 무시하는 불감증에 민간업체와 공공기관이 공동 감염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원시 이의동 광교테크노밸리 내 한국나노기술원은 지난 2005년 처리 총량 1일 195t의 폐수처리시설 설치 신고를 하고 용인 수지하수종말처리장으로 연결된 처리시설을 운용했다. 기술원에는 나노바이오 의약품 개발 업체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등 3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폐수 배출량은 1일 평균 186t이다. 수원시는 지난달 27일 기술원의 폐수 최종방류수 비소 수치가 기준치의 24배인 6PPM(㎎/ℓ)인 사실을 적발했다. 비소는 농약이나 제초제, 살충제로 쓰이다 국제암연구소가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사용이 확 줄어든 유해물질이다. 기술원 측은 단순 착오였다고 해명했으나 수원시는 행정처리와 함께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과원에 입주한 일부 제약회사와 연구소는 무허가로 폐수를 처리하다 환경부 폐수배출시설 불시 점검에서 적발됐다. 적발된 3개 업체 가운데 2개 업체는 물환경보전법 위반혐의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이들 업체는 3년~10개월 동안 폐수배출시설 신고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폐수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과원이 지난해 5월 수원시로부터 '폐수발생 업체는 개별 폐수배출시설 신고를 해야 한다'는 안내 공문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1년여가 지나도록 입주 기업의 무허가 폐수배출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적발된 공공기관과 입주기업들은 고의가 아니고, 단순 착오라고 주장한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솔직하지 못한 변명으로 들린다. 특히 공공기관에서의 불법행위는 엄벌해야 마땅하다. 관련 당국은 철저한 사실 조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위법을 저지른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