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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차병원 대장암 다학제 진료팀. /분당 차병원 제공

차의과학대학교 분당 차병원(원장·김재화) 암센터에서 맞춤형 다학제 진료로 대장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서모(52·남)씨의 경우 지난 2016년 7월 복부 통증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결장암을 진단받았다. 암 병기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는 구불결장암이 방광에 침범됐고 여러 곳의 간 전이와 폐 전이도 발견됐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완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서씨는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대장암 암환자들이 분당 차병원 다학제 진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사례들을 보고 분당 차병원을 찾았다.

서씨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복강경으로 저위전방절제술과 부분 방광절제술, 장루 조성술을 받고 6개월간 표적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 후 전이가 많이 줄어들어 간 전이, 폐 전이 제거 수술과 장루 복원술을 동시에 받은 후 추가 항암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현재까지 재발 없이 추적 검사로 경과를 살피며 건강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분당 차병원에 따르면 서씨처럼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분당 차병원에서 대장암을 치료받은 전체 환자를 분석한 결과 5년 평균생존율이 79%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인 7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 1기는 96%, 2기는 92%로 10명 중 9명 이상이 장기 생존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림프절 전이가 있는 3기암의 경우에도 5년 생존율이 75%에 달했다. 분당 차병원은 치료가 어려운 4기 암 환자들에게도 적극적인 다학제 진료를 통해 표적항암제 치료, 전이절제수술 등을 시행해 생존율을 25.6%로 향상시켰고, 이는 국가 평균 15%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더불어 다학제 진료를 통해 매년 복막전이가 있는 4기 대장암 환자 20여명에게 하이펙 치료를 했고, 이들은 치명적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 하이펙 수술은 4기 복막전이 대장암 환자들에게 5년 생존율을 30%까지 높이는 치료법으로 알려졌지만 종양 제거 수술을 포함해 수술시간이 총 10시간 이상으로 길고, 과정이 힘들어 환자의 체력과 건강상태, 복막 전이의 진행 정도 등을 상세히 살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장암은 복막 전이 시 완치 확률이 매우 희박하고, 항암제 내성이라도 생기면 급속하게 암이 진행돼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면밀히 판단하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과 김우람 교수는 "최근 중증 암 환자들을 위한 신약들이 속속 개발하고 있으며, 수술도 하이펙과 같은 고도의 수술로 예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들도 장기 생존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많아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 차병원 대장암 다학제 진료팀은 2015년 다학제 진료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해 국소 진행성 직장암 및 간, 폐, 복막 등에 전이가 있는 대장암 등 타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진단받은 난치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매년 200례 이상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분당 차병원 대장암 다학제 진료는 외과(김종우·김우람·최성훈·강인천·이성환 교수), 혈액종양내과(김찬 교수), 방사선종양학과(장세경 교수), 소화기내과(김덕환·유준환·김지현 교수), 흉부외과 (정희석 교수), 영상의학과(김대중 교수) 등 6개과 전문의로 구성된 진료팀이 한자리에 모여 치료법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재발암이나 전이암과 같은 중증암의 경우 의사 한 명이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아 외과, 혈액종양내과 등의 암 전문가가 논의해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여러 의료진이 한팀이 돼 환자의 병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들이 암의 치료 과정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소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혈액종양내과 김찬 교수는 "중증 암일수록 치료도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 여러 진료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의사 1명이 혼자 결정하고 판단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치료법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