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관광의 미래

[경인지역 관광의 미래] 확실한 매력 부족한 경기·인천 관광지

볼래 말래, 갈래 말래… 느낌표 대신 물음표만 남는 명소

전국의 주요 관광지점은 지난해 기준 2천569곳이다. 이 중 경기·인천 소재 관광지점은 각각 396곳과 56곳. 유려한 자연환경과 선조들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있는 역사문화유적, 최첨단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을 적지 않게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내세울 만한 매력이 없다. 경기도는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고 워낙 광범위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인천은 한국 최초의 개항장으로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 곳이지만 다양한 여행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복합적인 위락 시설은 부재하다.

경기·인천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지 개발에 많게는 수백억원을 쏟아 붓는다. 

경기 396곳·인천 56곳 '관광지점' 보유
지자체들, 개발에 수백억 쏟아붓지만
많이 찾는 곳은 인플루언서 다녀간 장소
광범위한 경기도, 둘러보기 쉽지 않고
인천, 여행욕구 충족 복합 위락시설 적어

하지만 정작 찾는 이가 드물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연예인과 연관이 있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다녀간 숨은 명소들이 주류를 차지한다. 결국 경기·인천에 관광지라고 내놓은 곳은 많은데 매력적인 곳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도내 31개 시·군을 고장이 지닌 특성과 관광자원에 따라 범주화했다. 경인일보 기획콘텐츠팀 취재진은 외래관광객은 물론이고 내국인에게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경기북부의 DMZ 관광지와 경기도의 대표적인 국민관광지 소요산 등을 지난 20~21일 이틀에 걸쳐 둘러봤다.

외국인들에게 경기도는 북한을 볼 수 있는 접경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전히 분단 상태에서 전쟁 준비를 하는 나라라는 인식 탓에 외래관광객들은 한국에 오면 '다크 투어리즘' 성격으로 DMZ 관광지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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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맨위부터 시계방향) 인천 옹진군 덕적도, 강화군 전등사, 남동구 소래포구, 경기 용인 에버랜드, 동두천 자재암, 포천 비둘기낭폭포, 양평 두물머리, 파주 임진각. /기획취재팀·경인일보DB

대표적인 곳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다. 임진각은 임진강 너머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약 7㎞ 떨어진 지점에 있다.


실향민을 위해 1972년 지어진 임진각은 본래 1층에 기념품점과 편의점 등이 있었지만 방문 당일엔 군용품과 건빵 등을 파는 기념품점 외 다른 점포들은 출입할 수 없도록 막혀 있었다. 3층에는 북녘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임진각 주변을 평화누리공원으로 공원화한 이유는 6·25 전쟁 중 격전지였다는 배경도 있지만 이외에도 폭파된 장단역 증기기관차와 평화의 종, 포로로 잡혀 있던 1만2천여명의 국군과 유엔군이 건너온 자유의다리, 제3땅굴 등이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도 DMZ 관광지 중 가장 많이 찾고 있는 만큼, DMZ 관광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맡도록 투자를 한 셈이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당일은 궂은 날씨 탓에 관광객은 거의 없었지만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러 온 젊은 연인과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역사 공부를 위해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객이 몇몇 보였다.

파주 시가지 근교의 오두산통일전망대 역시 DMZ 평화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다. 오두산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군사적 요충지로 오늘날까지 오두산성터가 남아있다.

1992년 9월 개관한 이래로 약 2천만명이 다녀간 곳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과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각 정부의 통일 정책과 대북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경기도, 도내 4개 벨트로 관광권역 묶어
코로나로 힐링관광 대세… 생태·자연 초점
"각지에 명소 있지만 이동거리 무시 못해"
관광공사 '경기도 둘레길' 육성 사업 추진
15개 시·군 863.8㎞ '숙박 체류형' 조성
경기북부 연천군에는 대한민국 곳곳에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낸 망향비빔국수 본점이 있다.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이 북녘을 그리워하며 비빔국수 앞에 망향을 붙였다고 한다.

망향비빔국수 본점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느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비빔국수 '원조'의 맛을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한미군 화력여단을 둘러싼 소요산은 동두천시가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 관광지다. 험준하지 않은 산세 덕분에 어린아이부터 노령층까지 관광객이 매우 다양한 곳인데,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명을 돌파하면서 다소 방문객이 주춤했다고 한다.

해골 바가지 물을 달콤하게 마셨다는 원효대사가 머무른 원효대와 원효굴, 자재암, 청량폭포 등이 주요 명소다.

동두천은 최근 소요산 자락 별&숲 테마파크를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어린 자녀를 둔 캠핑족을 겨냥해 목재체험장인 상상공작소 등을 설치했지만 이용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파주, 연천, 동두천에 김포를 더하면 경기관광공사가 범주화한 평화역사관광권이다. 이외에도 기초지자체 지역을 전통문화예술관광권, 해양생태관광권, 생태휴양레포츠관광권, 현대도시문화관광권의 5개 벨트로 묶었다.

지난해 유네스코로부터 인증을 받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연천과 포천군, 강원 철원군까지 1천165.61㎢에 걸쳐 있다. 유네스코는 민간인 통제선·군사분계선과 가까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탄강 일대를 높게 평가해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했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에서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끈 곳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에서 생사초를 발견하는 포천 영북면 비둘기낭폭포다. 배두나(극중 의녀 서비)가 약방 일기에 기록된 생사초를 발견하는 '언골'이 바로 천연기념물 제537호 비둘기낭폭포다.

수량이 많지 않아 폭포가 주머니처럼 생긴 계곡으로 흐르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있는 그 자체로 절경이었다.

비둘기낭폭포에서 머지 않은 곳에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한탄강 하늘다리가 있다.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보도교로 길이는 약 200m인데, 걸을 때마다 흔들려 이색적인 경험을 하면서 한탄강 협곡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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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이렇게 찾아가 볼 곳들은 많은데, 워낙 산재해 있다 보니 전면에 내세울 관광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게 경기도 관광정책·산업 전문가들의 고민이다.

박재영 경기관광공사 국내관광기획파트장은 "코로나19로 자연 친화적인 힐링 관광이 대세가 되면서 마케팅 초점도 생태·자연에 맞추고 있다"면서도 "각지에 명소가 있지만 이동 거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문제가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대신 박 파트장은 '경기도 둘레길'이 경기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경기도 둘레길 사업은 시·군 둘레길을 연결해 도보 여행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경계를 포함하는 15개 시·군의 약 863.8㎞를 평화누리길, 숲길, 물길, 갯길 등 4개 테마로 조성한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만큼, 당일 경유형 여행에서 숙박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박 파트장은 "오는 11월 총 60개 코스로 경기도 둘레길을 전격 개통할 예정"이라며 "관광지와 축제, 숙박, 음식점 등 주변 관광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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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차장, 손성배,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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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배재흥·손성배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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