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부 증여’ 해제 소송 年100건

구두 계약은 법적 증빙 까다로워

입증효력 높아 고령 부모들 선호

불이행땐 증여 금액 반환 판례도

고령 부모들 사이에선 불효자식을 예방하기 위해 가족 간에 ‘효도계약서’ 작성이 유행처럼 번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수원시내 한 공원에서 노인이 걸어가는 모습. 2025.5.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고령 부모들 사이에선 불효자식을 예방하기 위해 가족 간에 ‘효도계약서’ 작성이 유행처럼 번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수원시내 한 공원에서 노인이 걸어가는 모습. 2025.5.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늘어나는 불효자, 효도계약은 선택 아닌 필수?’

53회 어버이날을 맞아 효심을 자극하는 각종 행사가 진행되는 반면 고령 부모들 사이에선 불효자식을 예방하기 위해 가족 간에 ‘효도계약서’ 작성이 유행처럼 번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 재산을 미리 증여받고 부양의무는 내팽개치는 ‘먹튀’ 자식들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가족 간의 정(情)보다 법적 효력이 높은 계약서를 찾는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간 1심에서 진행된 ‘부담부 증여’ 해제 관련 민사소송은 350건 이상이다.

부담부 증여는 수증자(자식)가 증여자(부모)로부터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을 부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다. 보통 가족 간에는 부양의무 등을 조건으로 내건다.

증여 후 부양의무를 내팽개쳐 법적 분쟁으로 번진 부모와 자식들이 연간 100건 이상인 셈이다. 상속세 절세와 형제간 재산 분쟁 방지, 경제적 도움 목적 등으로 생전에 미리 증여하는 사례도 같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부담부 증여가 주로 구두로 이뤄질 경우 부양의무 등을 법적으로 증빙하기 까다롭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증여를 요구하는 자식과 부모 사이 유행으로 체결하는 게 실물 효도계약서다.

경인일보가 법무법인의 예시 계약서와 판결문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증여 조건으로 명시된 효도 기준에는 부부 불화로 인한 이혼 방지와 연로한 부모의 치료비용 지원, 부모 생일에 함께 식사 등이 있었다.

일주일 한 번 이상 안부 전화와 매달 100만원 이상의 용돈, 매달 2회 이상 본가 방문 등 객관적 수치를 제시한 계약서도 존재했다.

법조계에서도 부담부 증여 분쟁이 진행될 경우 구두 계약보다 효도계약서가 법적 효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효도계약서는 지난 2015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증여 해제 판단 사건에 결정적 근거로 사용하며 효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수원지법은 지난 2023년 1월 1억2천800만원을 증여했지만, 효도계약서를 지키지 않은 자식 부부에 대해 증여 금액을 모두 어머니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자식 부부가 계약서에서 정한 생활비와 매달 4회 이상 방문이라는 약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점이 인정됐다.

법률사무소 집현전의 김묘연 대표변호사는 “보통 가족 간 서류를 요청하기 쉽지 않다. 증여할 때 신뢰상 구두로 약속하는 사례가 많은데, 부양의무가 문제가 될 경우 어디까지 의무를 이행했는지, 형제간에 비중은 얼마인지 등이 주요 분쟁 사례가 되고 있다”며 “계약서를 작성하면 입증 효력이 단순 구두보다 높고, 객관적 책정 가능한 수치에 찾는 가정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