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 급등락’… 불안한 서민들, 안전자산 눈길
5개월만에 1300원대 하락에도
올랐던 생필품 가격 요지부동
여름 휴가 앞두고 “쌀때 환전”
“미국주식도 못믿어” 金 사재기

1천500원 선을 목전에 뒀던 원/달러 환율이 5달 만에 다시 1천300원대로 내려왔지만 경기도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변동성이 큰 환율 탓에 불안 심리가 여전한 가운데 도민들은 또다시 오를 가능성에 대비, 달러를 미리 사두거나 금 같은 안전자산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7일 오전 수원의 한 대형 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여전한 고물가에 시름이 깊은 표정을 지었다. 여러 물품 가격을 비교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건을 다시 매대에 내려놓는 모습도 쉽게 보였다. 환율이 급등하던 지난 몇 개월 동안 식료품 업계는 수입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들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그러나 환율이 한풀 꺾여 1천300원대까지 내려왔음에도 오른 물가는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식료품 업계 관계자는 “라면 등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생필품 가격 인하는 환율이 안정화되면 논의할 수 있지만 장기간 고환율에 어렵게 인상을 결정한 만큼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환율 등락은 도민들의 자산 이동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환율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말부터 금값은 한 돈(3.75g) 기준 50만원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3월엔 60만원 선에 안착했고, 이날 기준 66만1천원에 거래됐다. 이날 오후 도내 한 금 거래소를 찾은 임영숙(58)씨는 “요즘은 미국 주식도 믿을 것이 못돼서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조금 사두려 왔다”고 말했다.
다가올 여름휴가를 앞두고 달러가 쌀 때 미리 사재기를 해두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심모(34)씨는 “신혼여행 때문에 지난달 1천400원 후반대에 달러를 교환했다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소액만 환전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언제 또 오를지 몰라 이번 기회에 경비 전부를 미리 환전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에 따른 대응은 개인뿐 아니라 정책당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하락을 판단하긴 이르다”며 “양방향 변동성에 다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1천400원을 돌파했고 지난달 9일엔 장중 1천487.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1천500선 목전에서 고점을 기록한 환율은 이후 급락세를 타며 이날 1천39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