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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퇴근길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광교신도시로 가는 버스에 시민들이 몸을 싣고 있다. 2021.11.2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지난 2014년 7월 고속도로 입석이 불법이 된 뒤, 이듬해 경기도는 고속도로 입석금지 대책으로 2층 버스를 도입했다. 6년여가 지난 지금 정책 목표는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렸다.

2014년 '불법 규정' 2층버스 도입
다음차도 좌석없어 탑승 불가피

2일 오전 8시2분, 용인 초당주공3단지 후문에서 출발한 5003A 2층 버스는 신갈IC를 통과해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도로를 달려 서울시가 정한 경기도 버스의 거점 정차역인 신논현역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승객들로 가득했고, 운전기사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앞문까지 꽉 들어찼다.
 

기자는 기흥역에서 해당 버스에 몸을 실었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버스 운행정보에는 이번에 도착하는 차도, 그 뒤에 도착할 차도 좌석이 하나도 남지 않아 뒤차를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기흥역을 지난 버스는 신갈IC에 들어서기 전 한 번 더 손님을 실었다. 버스가 정차하자 문 옆에 있던 남자 승객은 얼른 몸 방향을 돌려 열리는 문을 피했다.

거기서 여자 승객 두 명이 더해졌다. 두 사람은 더 들어가지 못하고 올라탄 곳에서 멈춰 섰다. 한 명은 인파 틈에 섰고, 한 명은 버스 문이 닫히자 그 문에 기댄 채 고속도로를 달렸다.

2층 버스의 1층 뒤편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문 유리에 얼굴을 댄 사람, 좁은 버스 복도를 지그재그로 2중으로 서서 버티는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휴대전화로 눈을 돌렸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올려다보니 2층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승객들이 쏟아져 내리는 데도 남은 승객들은 아직도 서서 빈 좌석을 찾고 있었다.

퇴근시간대도 예외가 없다. 지난 1일 오후 7시를 좀 넘은 시각. 서울역환승센터 5번 플랫폼에서 탄 5000A 버스는 단층버스였다. 복도를 메운 승객들은 어깨와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깝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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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용인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5003A 2층 버스 내부에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승객들이 복도를 가득 메운 채 서서 출근하고 있다. 2021.11.2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꽉찬 인파… 승객 출입문에 기대
안전벨트 착용은 엄두 내지 못해


경기도 광역버스에는 모두 '입석금지'가 승객이 탑승하는 앞문에 붙어 있다. 버스 앞의 모니터에는 빈 좌석 수도 제공한다.

하지만 어차피 뒤에 오는 차량도 입석이라면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느니 빨리 가는 편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버스기사도, 승객도 출·퇴근 시간에 고속도로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도내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위험하니 다음 차를 타라고 하면 심하게 항의한다"며 "승무원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차 앞을 못 가게 막는 승객들도 있어 기사들도 고충이 많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같은 버스회사도 '공공-일반' 임금 차이… 차별·갈등 부추긴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