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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스크랩(폐구리) 유통업계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1차 수집자와 고물상 등의 유통 특성상 무자료 거래가 불가피하지만 과세관청의 조세포탈 고발수사로 이어지자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오후 시흥 시내 한 동스크랩 야적장에서 작업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1.12.7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동스크랩(폐구리) 등을 이용한 조세 포탈범이 들끓자 지난 2014년 국세청은 해당 업종에 매입자 납부 특례제도(부가가치세 선납제)를 시행했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거래액만큼 커지는 대규모 세금 포탈을 막자는 것. 이후엔 거래 때마다 자동 부가세 납부가 이뤄져 포탈 사범은 사라지고 세수는 연간 수조원(전국 단위)씩 늘었다.

그러나 동스크랩 유통 사업자는 여전히 조세 포탈범 취급을 받으며 당국과 세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이다. 무죄에서부터 징역형, 수백억원대 추징금 부과 등 다양하다.

국내 동스크랩 수요 절반을 책임지는 고철 고물상부터 제련공장에 넘겨지기 전 유통사업자들이 벌이고 있는 세금 전쟁 내막을 추적해본다. → 편집자주

지난 1일 수원고법 704호 법정. 동스크랩 유통 사업자 이모(41)씨가 항소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혐의는 990억여원 어치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심은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이란 중형을 선고했지만 이날 이씨 변호인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쟁점은 1천억원에 가까운 규모 동스크랩을 팔면서 발행한 세금계산서의 근거가 되는 실물 거래의 존재 여부다. 피고인 측은 이날 동스크랩 1차 수집자(1t 화물차 등으로 고물 수집하는 일반인, 일명 '나까마')와 고물상 등을 거쳐 유통 사업자에 처음 전달되기까지의 '불가피한 무자료 거래' 탓에 실물 거래 근거가 약한 점을 강조했다.

업자 이씨 '허위 세금계산서' 기소
1심서 징역 3년6개월·벌금 100억
항소심서 "고물상 통한 유통 구조


이씨의 변호인 정동근 변호사는 무자료 거래를 낳는 동스크랩 유통의 구조적 문제를 들며 항변했다.

정 변호사는 "(공장 등에서 나온)동스크랩을 무작위 수집하는 1차 수집상 때문에 무자료 매출이라는 자료(세금 계산서)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사업자가 나까마로부터 매입할 때 현금 지급이 불가피하고 (선납제에 따르기 위한)계좌이체를 통한 방법으론 거래가 성립되기 어려운 게 업계 실정"이라고 변론했다.

이씨는 최후 진술에서 "국세청은 계산서를 허위로 오인, 직권으로 폐업까지 지시했다"며 "게다가 경찰에서 과거 무혐의 처분 내렸던 사건이기도 한데 세무서가 다시 고발해 지금 재판까지 왔다"고 호소했다.

현금지급 탓 거래근거 약해" 항변
1심 "부가가치세 포탈 없어" 인정
금전이익 없었는데 '처벌' 쟁점화


한편 이씨는 지난 2017년 4~11월 1천64회에 걸쳐 990억여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당시 이씨에게 실제 동스크랩을 판매했다는 증인의 진술도 있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수원지법 제12형사부)는 "피고인이 부가가치세를 포탈하지 않은 점을 참작한다"면서도 "영리 목적으로 동스크랩을 정상 공급한 것처럼 실물 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건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스크랩을 나까마로부터 매입했다 진술하지만 송금 내역, 장부, 이메일 등 객관적 자료나 대금지급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사건 혐의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에 있는데 이를 통해 이씨가 볼 수 있는 금전 이익은 정작 없다는 점도 쟁점이다. → 관련기사 3면([이슈추적] 현금거래 불가피한데 "재활용 쓰레기 중고거래에 세금 부과")

/김영래·김준석·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