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이 지난 5일 송도국제도시 재외동포청 개청으로 재외 한인들의 교류 거점 도시이자 정서적 고향이라는 지위를 획득했다. 인천시는 이미 2008년 인천시립박물관 분관으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설립해 재외동포들의 뿌리인 이민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재외동포청 개청을 계기로 재외동포의 역사·문화 향유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부영송도타워에 둥지를 틀면서, 인천은 앞으로 200개국 재외 한인 750만명을 품는 교류지 역할을 한다. 인천을 찾은 재외동포들이 민족 정체성을 함양하고 이민사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이다.
현재 한국이민사박물관 주요 콘텐츠는 1902년 12월 제물포(인천항)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들이 당도한 하와이 이민 역사다.
당시 인천에서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 121명의 절반 이상이 인천사람이었다. 이들 가운데 86명만 최종적으로 하와이에 정착했지만, 이들 1세대 이민자가 하와이에 뿌린 씨앗은 훗날 해외 독립운동으로 발화했다. 인천시가 앞장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조성한 이유다.
전시에 교육·연구… 콘텐츠 확충
市, 확대 개편·분원 설치 등 검토
내년 본예산 73억 반영 추진 방침
전 세계 재외 한인이 인천을 '모국 활동 거점 도시'로 찾기 위해선 한국이민사박물관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우선 박물관이 하와이 이외의 전 세계 이민사부터 심층적으로 다루고, 기존 전시 기능에서 교육·연구 기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미국, 중남미, 중국, 일본, 독일 이민사도 소개하고 있지만, 전체 콘텐츠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인천시립박물관도 재외동포청 개청에 따라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역할을 현재보다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자리 잡게 되면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현재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인천과 연관성이 높은 하와이 이민사 중심으로 전시·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다른 국가들의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최근 인천시에 조직 확대 개편과 함께 전시·연구·교육 분야 콘텐츠 개발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인천시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확대 개편하거나 재외동포청 청사에 박물관 분원을 설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전시관 확장, 자료 구입 예산 등에 73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도 인천시 본예산 반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 관계자는 "전시 공간을 확장해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독일 외 유럽 이민사도 다루는 계획을 수립했다"며 "재외동포청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를 발굴하면서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재외국민 투표제도 개선을" "한국서 비즈니스 편의 확대를")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