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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개관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경.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송도 센트럴파크 내 부지 1만9천418㎡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6월 중 정식 개관을 앞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매끄럽지 못한 직원 채용 과정이 지원자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등 모든 채용 절차를 완료했음에도 약속과 달리 그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게 동종 업계 종사자들 생각이다.

(재)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지난달 4일 정규직과 채용형 인턴 등 13명(일반직 3명, 학예직 10명)을 공개 모집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

직급으로 구분하면 2급(부장급) 2명, 3급(선임급) 3명, 4급(주임급) 1명, 5급(사원급) 7명이다. 2·3급은 정규직, 4·5급은 4개월 근무 후 전환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채용형 인턴'이다. 박물관은 응시원서 접수, 서류전형, 면접시험을 거쳐 지난 2일 합격자를 결정했다. 임용 예정일은 오는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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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 정식 개관을 앞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매끄럽지 못한 직원 채용 과정이 지원자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미지는 면접전형 결과 안내문. /독자 제공

박물관은 채용 공고에서 '전형별 합격자를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합격자에게 개별 통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홈페이지 공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반대로 채용 공고에선 '불합격자에 대한 개별 통보는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합격 사실을 개별 통보했다. 


'홈피 공고' 발표와 달리 개별통보
'연구교육 부문' 합격 한명도 없어


응시자들이 이번 채용 절차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대부분 직종 직원 선발을 완료했지만, 학예직(연구교육·전시기획·자료수집) 중 유독 '연구교육' 분야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연구교육 분야 2급 1명, 3급 1명, 5급 2명 등 4명 전원이 합격자가 없었다. 이유는 모두 '적격자 없음'이다. '전시기획' 분야 3급 1명도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선발을 미뤘다.

한 응시자는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나중에서야 '적격자 없음'이라는 사실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돌이켜보면 무언가 숨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채용 준비에 한 달 가까이 시간을 투자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동종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연구교육 기능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부터 "누군가 꼭 뽑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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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 정식 개관을 앞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매끄럽지 못한 직원 채용 과정이 지원자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미지는 면접전형 결과 안내문자. /독자 제공

한 국립박물관에서 일하는 20년 경력 학예사는 "특정 분야 말단 인턴부터 2급까지 모든 실무자를 '적격자 없음'으로 채용을 미루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흔치도 않은 경우"라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문자박물관이 자초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기능 축소" "내정자 있나" 의혹
박물관측 "문체부 업무방식 따라"


박물관은 면접 응시자 전원이 '우수 등급'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합격자를 홈페이지에 공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문자와 이메일 등으로 합격·불합격 여부를 안내했기 때문에 불편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채용 업무를 위탁했다"면서 "곧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어 한 사람의 일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