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교회 여고생 사망사건
[단독] "A교회 합창단, 폭행 빈번"… 여고생 사망 연루의혹 짙다
현재 100여명 활동… 멍 든채 숨진 사건 관련 前 단원 증언
"오랫동안 폭력 존재, 다수 피해·가해자… 내부고발 어려워"
인천의 한 교회에서 같이 생활하던 여고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여성 신도가 18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5.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 여고생이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진 인천 A교회에 거처를 둔 교단 합창단에서 예전부터 폭력 행위가 빈번했다는 전 단원의 증언이 나왔다.(5월24일자 4면 보도="교회 합창단은 규율 강한 곳… 여고생 학대 당한 걸 모를리 없다")
A교회에서 지내던 여고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교인 B(55·여)씨 외에 일부 합창단원 등이 이번 사건에 관여됐을 것이란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합창단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했었다는 전 단원 조성영(가명·남)씨는 지난 24일 경인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합창단은 인천 A교회를 거점으로 합숙하며 함께 지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합창단에서는 예전부터 신도들 간 폭행이 빈번했다"며 "나도 동료 단원들의 폭행에 못 이겨 몇 년 전 합창단을 빠져나왔다. 집단으로 내 팔과 다리를 붙잡고 주먹 등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단원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표정 또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군가의 지시 등에 의해)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숨진 여고생 C(17)양과 관련해 "합창단은 세를 과시하기 위해 교단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협연하곤 한다"며 "알아보니 대안학교를 다닌 숨진 C양도 지난해까지 합창단과 협연한 기록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동학대 의심 교회 안 숙소.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이어 "교회 측은 C양과 합창단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지만,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C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난해 합창단과 협연한 게시물(스토리)이 남아있다.
A교회가 속한 교단이 2000년 창단한 합창단에는 지휘자, 성악가, 피아노 연주자, 오케스트라 등 100여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C양이 숨져 있던 방은 A교회 2층 '216호'인데, 복도 바로 맞은편에는 합창단 숙소로 쓰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A교회 측은 줄곧 "C양과 합창단은 관련이 없다" "합창단은 공연이 있을 때만 인천에 머물 뿐"이라는 등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양은 올해 초까지 세종시에서 살다가 3월부터 A교회에서 B씨와 지내던 중 지난 15일 숨졌다.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C양은 온몸에서 멍자국이 발견됐고, 손목에는 붕대 등으로 결박된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구속한 B씨의 혐의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공범 존재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일부 합창단원과 교인 등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조씨는 "합창단원 대부분이 폭행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면서 "단원 가족들도 교인인 경우가 많아 내부자 폭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와 비슷한 일을 겪던 17살 소녀가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요즘에는 검은색 넥타이를 꼭 매고 다닌다"며 "더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경인일보는 26일 조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합창단의 반박이나 해명을 듣고자 A교회를 통해 합창단원 등 관계자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A교회 관계자는 "합창단 측에서는 언론에 해줄 말이 없다는 입장이라 연락은 어려울 것 같다"며 "합창단 측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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