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 깊어가는 가을, 민족의 대명절 추석(10월2~4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여느 해보다 짧은 연휴지만 그래도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살가운 이야기들로 정겨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뜨게 마련이다. 길지않은 시간이지만 연인과 혹은 가족과 알찬 감동을 한보따리 안겨다줄 영화들을 골라 감상하는 것도 어느새 명절의 한 풍속도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올해 극장가는 대작은 없지만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들의 대결 구도가 됐다. 우리 정서에 맞는 이야기들을 원한다면 한국영화를, 스펙터클한 영화속 또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외국영화도 괜찮을듯 싶다. 물론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먼저 김명민이 루게릭병 환자를 맡아 20㎏감량 투혼을 보인 '내사랑 내곁에',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와의 로맨스를 다룬 수애 주연의 '불꽃처럼 나비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날아라 펭귄' 등이 한국 영화 대표주자들로 이미 9월 24일 개봉하며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의 SF액션 '써로게이트'와 '300'의 스파르타 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제라드 버틀러의 거친 액션영화 '게이머', 지난 2006년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벨라' 등 외국 영화들이 10월 1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제히 극장가를 공습해 이에 맞선다.
이밖에 1980년 아카데미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알란파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 '페임'을 비롯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한부 남자의 모터사이클 여행을 다룬 '원위크', 지구에서 살아가는 외계인을 소재로 한 한국 독립영화 '지구에서 사는 법'(이상 9월24일 개봉), 부산의 야구 열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드라마 '나는 갈매기'(9월26일 개봉), 공포영화 '데스티네이션 4'(10월1일 개봉)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명민 20㎏감량 연기투혼 루게릭병 환자 완벽 변신
■ 내사랑 내곁에 (감독·박진표)루게릭병이란 불치병에 걸린 남편과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내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내사랑 내곁에'.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종우(김명민)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로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만난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종우의 병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서운함만 점점 커져가면서 갈등하게 된다. 특히 '내사랑 내곁에'는 개봉 전부터 김명민이 180㎝, 72㎏의 몸을 52㎏로 줄이는 극한의 감량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원도 지고지순한 눈물 연기에 도전했다. 12세 관람가.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의 허락되지 않은 러브스토리
■ 불꽃처럼 나비처럼(감독·김용균)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최후까지 일본 자객들과 싸운 시위대장 홍계훈 장군을 모티프로 한 야설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사극 멜로물.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속에선 액션과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총출동한다. 자객 무영(조승우)은 어느 날 나룻배를 타러 온 민자영(수애)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자영은 조만간 황후가 될 고귀한 신분.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무영은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입궁 시험을 거쳐 황후가 된 자영의 호위무사가 된다. 남편 고종의 무관심과 무영의 헌신적인 태도속에 자영도 어느덧 무영에게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조승우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에서 수애가 데뷔 후 첫 베드신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15세 관람가.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안은 현대인들의 아픔
■ 날아라 펭귄(감독·임순례)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 영화로 지금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내면서도 훈계하기보다는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9살 승윤이는 소방관이 꿈이지만 승윤이 엄마(문소리)는 몇 년을 해도 늘지않는 승윤이의 영어가 걱정이고, 문자 메시지로 학원 출석 상황을 확인해 아이를 닦달한다. 승윤이 엄마 직장의 신입사원 주훈(최규환)은 멀쩡한 허우대로 선배들의 호감을 얻었지만, 술도 고기도 못먹는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나서는 선배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 술 잘 마신다고 사랑받던 주훈의 여자 동기는 몰래 담배피우는 모습을 들켜 선배들의 노골적인 비난을 받는다. 기러기 아빠인 권 과장(손병호)은 방학을 맞아 돌아온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권 과장의 어머니 송 여사(정혜선)는 자신이 면허를 따온 날 차를 팔아버린 권위적인 남편(박인환)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전체 관람가.
멸망위기의 인류위해 또 한번 나선 브루스 윌리스
■ 써로게이트(감독·조나단 모스토우)로버트 벤디티의 그래픽 노블(성인을 대상으로한 스토리 위주의 만화)을 원작으로 한 공상과학영화. 써로게이트(surrogate)는 미래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리', '대행자'다. 사용자인 사람이 안전한 집에 머무는 동안 온라인으로 연결된 로봇 써로게이트가 밖에 나가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 원하는 모습대로 만든 써로게이트는 어떤 위험과 질병에도 안전하고, 오감을 느끼는 것조차 사람처럼 할 수 있다. 어느 날 써로게이트가 공격을 당해 사용자가 죽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다름 아닌 써로게이트를 발명한 과학자의 아들. 연방수사국의 조사관인 그리어(브루스 윌리스)는 절멸의 위기에 놓인 인류를 구해야 한다. 15세 관람가.
석방을 조건으로 게임속 뛰어든 사형수간의 살육
■ 게이머(감독·마크 네빌딘, 브라이언 테일러)가까운 미래 실제 사형수를 다른 사람이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 케이블(제라드 버틀러)은 사형수이자 온라인 게임 '슬레이어즈'의 인기 캐릭터다. 사형수들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해 그들끼리 살육하는 잔인한 이 게임에서 케이블은 엄청난 전투 능력으로 연전연승한다.
30연승을 하면 석방해준다는 게임 규칙에 따라 케이블은 살인에 온 힘을 다하지만, 게임 개발자 켄 캐슬(마이클 C.홀)이 파놓은 음모의 덫에 빠져든다. '300'으로 시선을 끈 제라드 버틀러의 거친 액션이 볼거리다. 18세 관람가.
30년만에 더 화려해져 돌아온 '페임'
■ 페임(감독·케빈 탄차로엔)아이린 카라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앨런 파커 감독의 '페임'을 근 30년만에 리메이크한 댄스 뮤지컬 영화. 1980년 '페임'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 골든글러브 주제가상을 받았고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TV 시리즈로도 제작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리메이크된 '페임'(24일 개봉)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세계 투어를 연출하고 엔싱크,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팝스타들의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만든 신예 케빈 탄차로엔이 오디션을 거쳐 메가폰을 잡았다. 사운드트랙 책임 프로듀서까지 겸한 탄차로엔 감독은 뮤직비디오 연출가답게 화려한 볼거리와 빠른 호흡을 보여준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