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홍현기기자]인천에서 가장 긴 62㎞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연수구의 자전거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불량' 자전거 시설로 불편을 겪는가 하면 '업무용 자전거제'는 유명무실해지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6일 오후 2시께 연수구 동춘동 청량초등학교 정문 앞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 약간의 힘을 가하자 보관대가 통째로 뽑혀 올라왔다. 이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고리 등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보관대가 불안하자 시민들은 가로등, 전신주 등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연결해 보관하고 있었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공기 주입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인천지하철을 따라 확인한 결과, 원인재역 등 역사 출입구에 설치된 공기주입기는 자전거 바퀴와 연결하는 부분이 빠져있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구 등에는 자전거시설을 조속히 보수해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한 주민은 "인천이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다"며 "유럽과 같은 시설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용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수구에 자전거 보관대는 모두 175개소, 공기주입기는 35대가 설치되어 있다. 해당 구에서는 고장 난 보관대와 공기주입기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하게 보수해야 할 자전거 시설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청 직원들이 업무를 볼 때 자전거를 이용해 환경보호를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업무용 자전거제'도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구청의 업무용 자전거는 이용률이 저조해 1층으로 모자라 지하1층의 자전거보관대를 차지하며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었던 자전거 전용도로의 일부구간(먼우금삼거리~연화사거리)을 뜯어내고 보행자 겸용도로로 변경할 계획이어서 당초 잘못된 행정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부 자전거도로 구간 정비에는 1억원의 예산이 잡혀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 전체적인 정비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은 업무용 자전거를 사용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주민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용역을 통해 일부구간 정비 계획을 세우게 됐다"며 "과거에 급하게 지어져 사망사고 등이 발생한 위험한 자전거도로의 개선을 위해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