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최초의 소주공장인 조일양조 건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조일양조 건물 주변에 주차장 건립 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정운기자
남한 최초의 소주공장인 조일양조 건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인천시 중구는 조일양조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주차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대해 남한 최초로 현재의 방식으로 소주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인만큼 이를 보존·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선화동 8의2 조일양조 건물. 조일양조 건물과 그 옆의 가정집 건물이 공사를 하기 위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울타리안에서는 마스크 등 보호복을 입은 인부가 석면해체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공사 관계자는 "주차장 건립을 위한 공사를 오늘부터 시작했으며, 이번주 중으로 석면해체 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주택 밀집지역에 소규모 주차장을 조성해 주차난을 해소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이 곳에 20면의 주차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곳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살려야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일양조는 우리가 지금 마시는 소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방식으로 소주를 생산했다. 이 소주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만주·사할린 등지에 진출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천 최초의 실업축구팀을 만든 곳도 조일양조다. 조일양조는 소주 판매로 번창하자, 공장이 있는 인천을 배경으로 축구단을 만들었으며, 창단 이후 각종 대회를 휩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국가대표선수를 배출하기도 하는 등 인천 축구 역사와도 맥이 닿아있다.

인천재능대학교 손장원 교수는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주가 시작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만큼, 보존·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골목문화지킴이 백영임 운영위원장은 "관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시간을 갖고 이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시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적다고 판단했다"며 "의미가 있는 장소인 만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과 건물 개요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