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국의 서원, 세계화에 힘을 모으자

이배용

발행일 2016-05-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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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소수서원 등 9개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예비심사서 자료 보완점 지적
신청기준 미흡함 보충작업 필요
국민적 관심과 긍지 가지고
지구촌 공유 문화공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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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세계에 알려져 왔다. 그러한 교육의 힘이 20세기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독립투쟁의 힘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성취의 역사를 가능하게 했다. 국가의 지원을 안 받아도 민간인들이 자율적으로 학교를 세운 전통도 사립 명문학교 서원의 큰 특징이다. 특히 전통교육에는 지식의 전수뿐 아니라 심성을 끊임없이 바로 잡는 인성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서원 교육에는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인 소통, 화합, 나눔, 배려, 자연, 평화를 추구하는 융합적인 조화의 기능이 있다. 서원에 들어서면 수려한 자연 경관이 눈길을 끌고 주변 산세, 계곡과 어울리는 목조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장 시절, 여러 전문가와 함께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문화재청, 해당 지방자치단체, 각 서원의 유림들이 힘을 합하여 5년 동안 온갖 열정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학술대회도 수차례 열면서 더욱 서원의 유형유산으로서 가치와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교육정신에 공감한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서원은 9곳이다. 즉 경상북도 영주 풍기의 소수서원(안향, 1243~1306), 안동의 도산서원(퇴계 이황, 1501~1570), 안동 하회마을의 병산서원(유성룡, 1542~1607), 경주 양동마을의 옥산서원(이언적, 1431~1553),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김굉필, 1454~1504), 경상남도 함양의 남계서원(정여창, 1450~1504), 전라남도 장성의 필암서원(김인후, 1510~1560), 전라북도 정읍의 무성서원(최치원, 857~?), 충청남도 논산의 돈암서원(김장생, 1548~1631)이다. 유네스코의 자격기준인 진정성, 완전성에 맞추다 보니 600개 가까운 서원 중 9개가 연속유산으로 선정된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원형 자체가 훼손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인해 670여개 서원 중 47개만 남는, 대 파란을 겪었고, 6·25 때도 파괴된 서원이 많아 문화재청에서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에서 대원군 시절 훼철되지 않고 현재 문화재청에서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을 검토해보니 9곳의 서원이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등재 작업을 하다 보니 단일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5개 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 보니 연속유산으로 묶어서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서원에서 느끼고 배우는 감동으로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갖게 되고 진정성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방향을 찾는 것 같아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한편 제향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최고의 높은 지성으로 충효의 의리를 다한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과 기여했던 공로와 자세는 우리를 더욱 경건하게 한다. 또한 공동체 기숙생활을 하면서 상하질서·상부상조하는 협력 체제를 갖추게 하고 바로 지역사회와 팀워크가 이루어지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지혜는 오늘날도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이다.

최근에 유네스코 예비심사라고 할 수 있는 이코모스위원회 평가에서 등재신청 자료의 보완점이 지적되었다. 그 지적사항을 겸허히 수용하여 충분한 보완절차를 거친 뒤 재신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서원 자체유산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그렇다고 서원의 의미와 본질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서원이 지향했던 인성교육의 가치나 수많은 인재를 키워내어 사회적, 국가적으로 기여한 역할 및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의 극치는 세계 어느 교육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만큼 그 기준에 미흡함이 있다면 보완할 필요는 있다. 스포츠도 대표주자가 나가면 국민적 응원을 하듯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함께 힘을 모아 세계인이 찾아와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의 교육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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