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전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전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 기념전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를 선보이고 있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 메시지인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를 예술적 사유로 재해석한 이번 전시에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회화작가 채지민과 함미나가 참여했다. 전시에선 총 38점을 만날 수 있다.

채지민 작가는 일상적 오브제들을 비일상적 맥락 속에 배치함으로써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 익숙한 사물들을 낯설고 신비롭게 바라보게 한다. 함미나 작가는 어린 시절의 감정을 섬세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캔버스에 표현해낸다. 미술관은 이들의 작업을 통해 잊힌 순수한 감수성을 상기하고 상상력을 일깨우는 자리를 마련한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전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전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 - 채지민’ 전시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 - 채지민’ 전시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2부로 나뉜다. 1부 ‘기억의 풍경, 현실과 비현실 사이’는 채지민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예술적 실험을 담는다. 그의 작품은 평면성과 공간감이 만들어내는 모순적 공존을 치밀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일상의 오브제들을 비일상적 맥락에 배치하여 관람객에게 낯선 감각과 경험을 제공하여 초현실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압도적인 벽’ 시리즈는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캔버스에 3차원적 공간감을 부여하여 강렬한 시각적 괴리감을 만들어 낸다. 화면 속 인물들과 인공 벽들은 예측 불가능한 거대함과 미지의 영역을 암시한다.

2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 함미나’ 전시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2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 함미나’ 전시 전경.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2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는 함미나의 유년시절 바닷가에서의 경험을 그려낸다. 작가는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관람객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자전적 서사를 기반으로 한다. 일상적이지만 강렬하게 각인된 이미지와 감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런 기억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종이로 옮겨지며 하나의 작품으로 확장된다.

함미나 작가는 거짓 없이 발산되는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들을 순간의 장면으로 전달한다. 그중 ‘숨바꼭질’ 시리즈(2024)는 아이들의 놀이 한 장면을 포착한다. 즐겁고 흥분한 모습, 숫자 세기를 끝내고 얼른 잡고 싶은 마음과 숨어있을 때의 초조함, 뛰어다녀서 온몸에 열이 올라 뜨겁다가도 숨어서 기다릴 때 시원한 바람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까지도 머리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작가 특유의 붓 터치와 색감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이 긴박한 몰입의 순간, 배경은 단색으로 뿌옇게 채워져 있지만 화면은 초록의 풍경이거나 눈이 부신 햇살 속에서 놀이하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 담는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 관장은 “일상의 무게에 지쳐있다면 두 작가들의 작품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잠재된 보석 같은 순간들을 기억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