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긴밀한 발맞춤… 북한에 메시지 발신 국면전환
유네스코 ‘당사국 해결’ 개입 꺼려
유사 환경 반발·영토문제 배경 유추
지자체 의지로 남북교류 주체 가능
유정복 시장 접경지 수장 역량 귀추

인천시가 추진해온 ‘백령·대청 세계지질공원’ 지정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서 북한의 이의 제기로 중단됐다. 순탄치 않은 남북관계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안보가 지방 행정과 주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 이슈’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정복 인천시장이 접경지역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역할을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유 시장은 그동안 인천 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지방정부 발전에 섬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 사례가 ‘아이(i)바다패스’로, 유 시장이 역점 과제로 추진한 ‘보물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민 누구나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편도 1천500원으로 연안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백령·대청을 포함한 서해5도에 닿을 수 있다. 이번 백령·대청 세계지질공원 지정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추진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인천시는 현재 지정 절차 중단과 관련된 정확한 진위를 파악하는 일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만간 외교부를 비롯해 한국유네스코위원회, 교육부, 통일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 간 협의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비슷한 선례를 찾기 어려워 대응도 쉽지 않다”며 “유네스코는 원칙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국가와 당사국 간 해결을 강조하며 개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의 제기에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학술적 문제 제기로 북한지역 역시 유사한 지질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해 최북단 접경지 백령·대청지역만을 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 다른 하나로 영토 문제와 연결된 북한의 ‘자위권 차원’의 대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이유이든 중단된 세계지질공원 지정 절차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인천시와 중앙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와 인천시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정부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그간 남북교류를 지방이 주도한 전례도 드물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개정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도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통일부는 이에 따라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교류 정책 수립 및 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지방정부도 남북교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연구원 남근우 연구위원은 “지방정부가 적극 나선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남북 공동 학술 교류 등 다양한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