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과로 등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인천 부평구 보건소 소속 고(故) 천민우 주무관의 '위험직무 순직' 여부(6월1일자 8면 보도=부평 보건소 주무관 '위험직무 순직' 내달 결론)가 '불인정'으로 결정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혁신처는 최근 열린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결과 고인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을 불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순직은 인정하기로 했다.
위험직무 순직은 범죄예방, 인명구조, 대테러업무, 방첩활동 등 위험직무 수행 중 사망한 경찰관·소방관 등의 공무원들에게 인정된다. 감염병 환자의 치료 혹은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를 하다 재해를 입은 경우도 포함된다.
순직과 위험직무 순직은 유족 보상금과 연금 등에서 차이가 있다. 순직은 공무원 사망 당시 기준소득액의 38%에 해당하는 금액을 유족에게 연금으로 지급하지만, 위험직무 순직은 이보다 많은 43%의 연금을 지급한다.
생을 마감하기 하루 전날까지 민원인 등의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던 그는 "이 나이 먹고 이런 취급을 받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남긴 채 지난해 9월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반 순직과 유족 보상·연금 차이
초과근무·욕설… 스스로 생 마감
부평구청과 공무원 노조 등은 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 같은 해 11월 '(故)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6개월 간 조사 끝에 올해 4월 "천 주무관은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 신규 업무 등에 시달렸다"며 "이러한 업무를 언제까지 수행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처지에 대한 절망이 사망의 주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천 주무관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면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 노조는 이를 근거로 고인의 위험직무 순직 인정을 위해 관련 자료를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했다.
공무원노조 반발 행정소송 방침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본부 부평구지부장은 "고인은 방역 현장에서 악성 민원에 노출되며 월 100시간 넘는 초과근무를 했는데, 이것이 위험환경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위험환경이냐"면서 "K-방역 성과 뒤에는 수많은 공무원의 희생이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하다 사망한 이들을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결정이 나오도록 행정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속 인력 충원 목청
'(故)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김민 평등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공무수행 중 정신질환이나 질병을 얻더라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며 "고인도 위험직무(공무)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어져 사망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만큼 위험직무 순직이 인정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들이 감염병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다 이 같은 일이 또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 정부는 위험직무 순직의 인정 범위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