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에 의심 눈초리
인천 송도 복합쇼핑몰 등 조성 부지
‘진행’ 인정되면 세금 적게 부과돼
인근 꼼수 잦아… 도심 경관도 걱정

“이랜드리테일이 수년 만에 드디어 공사를 시작하나 싶었는데, 웬 비닐하우스 모양 구조물이 들어서니 당황스럽죠.”
29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터에 돔 형태에 천막이 덮여 있는 철제 구조물 2개가 세워져 있었다. 1만9천587㎡의 이 부지는 이랜드리테일이 복합쇼핑몰, 5성급 호텔, 오피스텔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매입한 곳이다.
이를 본 인근 주민들은 도심 속 들어선 비닐하우스 모양 건축물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크기가 큰 건축물이 부지 한 가운데 있다 보니 이랜드리테일이 천장을 천막으로 가리고 공사를 진행하는 척하며 세금 납부를 피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토지에 대한 세금이 적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연수구는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착공 신고를 하고도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롯데쇼핑에 세금 10억3천만원을 추징했다.
건축 허가를 받고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업용 건축부지는 세율이 낮은 ‘별도합산세율’이 적용된다. 연수구는 롯데쇼핑이 2016년부터 5년간 사실상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세율이 높은 종합합산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더 걷은 것이다. 이후 법원은 롯데쇼핑이 2016년에는 공사를 진행했다며 2016년분 재산세 2억원은 돌려주라고 했다.
주민 한모(65)씨는 “임시 건축물이라기엔 생각보다 크고 튼튼하게 지어서 오히려 사업 추진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며 “송도에는 대기업들이 개발을 약속하고 부지를 방치하거나 공사를 진행하는 척하는 경우가 많아 이랜드리테일도 이러한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도심 속에 철제 구조물이 놓여 경관을 해친다는 불만도 나온다. 2030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출발·종착역이 부지 바로 옆인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대입구역으로 정해져 주민들은 이 일대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 주민 김혜연(27)씨는 “교통망도 확충될 예정인데 송도국제도시 도심 한복판이 철제 구조물만 있는 허허벌판으로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계획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세운 임시 건축물”이라며 “다음달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지난 8일 이랜드리테일이 신청한 공사용 경량철골구조물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며 “공사용 가설 건축물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유지 허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