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A병원에서는 이달 초 어깨수술을 받은 환자 B씨와 병원비 정산 등의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일어났다.
B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까지 출동했고, 경찰은 B씨에게 신원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B씨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신원확인을 거부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병원 측이 확인해본 결과, 미국시민권자인 B씨가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비 400여만원을 손해본 병원은 현재 B씨를 사기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일선 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을 조회하는 과정 중 얼굴 확인이 안 되는 것을 악용한 환자들이 건강보험을 도용하거나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인지역에서 건강보험을 도용 또는 대여하다 적발된 건수는 1만3천568건으로 피해액만 2억8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병원에서 조회하는 건강보험 자료에는 얼굴 사진이 포함돼 있지 않아 치료받는 환자와 서류상 환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인지역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이들끼리 건강보험을 대여하거나 국내외에서 잃어버린 주민등록증, 여권 등을 입수해 도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 중 한 사람이 직장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증이 나오면 함께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끼리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동포들은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보니 해외에서 분실된 여권을 이용해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병원들은 아예 처음 진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외국인의 경우 여권 등을 통해 환자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적발이 되더라도 환자가 부당하게 받은 보험금액을 환수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처벌규정이 없어 정부가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수원의 B병원 관계자는 "얼굴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채 치료 다해주고 퇴원시켰다가 나중에 공단에서 알려주는 경우도 많다"며 "범죄나 다름없는데 벌금도, 법적 처벌도 없다보니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정표·공지영기자
'얼굴확인 안되니…'건강보험 도용·대여 골머리
허점 악용 작년 경인지역 만여건 2억8천만원 피해
외국인근로자 '돌려쓰기'도 심각… 처벌규정 전무
입력 2014-03-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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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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