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공존하는 대표적 전원도시 '의왕'
공공기관 리모델링·상가간판 LED교체 등 정비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 조성 ' 삶의 질' 높여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영혼이다." 작고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디자인 역량이 기업과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은 욕조디자이너를 디자인 총괄책임자로 영입해 다른 휴대전화 디자인과 차별화된 아이폰을 개발, 성공했다. 애플은 제품을 먼저 만들고 디자인을 추가하는 관행을 깨고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디자인을 먼저 완성하고 그 디자인에 걸맞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관행을 바꿨다.

디자인은 기업과 제품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도 디자인의 역량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시디자인은 1999년 영국왕립건축가협회가 이례적으로 건축가가 아닌 스페인의 수도 바르셀로나에 상을 수여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됐다. 프랑코 독재정권을 거치는 동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와 획일적인 도시정비정책에 의해 억눌렸던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예술적 감성에 기반한 도시 살리기에 앞장섰고 디자인은 시민들의 자부심을 되살린 가장 큰 기폭제로 작용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친화도시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성을 활용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를 확대,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 도시디자인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브라질 꾸리치바시의 경우 효율적인 토지이용과 도시계획이 큰 성과를 거뒀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내의 수많은 하천과 수목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핀란드의 헬싱키나 일본의 요코하마도 절경을 자랑하는 항구가 없었다면 디자인도시의 명성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 방문한 중국 항저우(杭州) 서호(西湖)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치좋은 호수로서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관광유산으로 등재됐다. 서호는 역사와 문화·전통을 디자인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면서 연간 3천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얼마전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의왕시 공직자 대상 강연에서 맹형재 건국대 예술대학원장도 의견을 같이했다. 맹 교수는 "서울이 인공미인이라면 경기도는 자연미인에 가깝다"는 말로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경기도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전원 도시인 의왕은 디자인도시의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중의 하나다. 청계산·모락산·백운산·바라산·덕성산·오봉산과 왕송호수·백운호수, 수많은 하천들이 있다. 시민들의 체감 녹지율이 그만큼 높다. 백운지식문화밸리와 장안지구 개발사업, 고천중심지구 등 다양한 개발사업이 진행 중에 있어 체계적이고 감성적인 도시디자인을 조성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다. 특히 디자인 분야 최고 대학인 계원예술대학이 의왕에 있다.

의왕의 경우 아직은 디자인도시 전략이 태동단계다. 풍부한 디자인 인프라를 활용한 민관 협력의 디자인발전 모델을 구상중이다.

슬럼화된 도심을 주민들이 참여해 벽화그리기·꽃길만들기·안심마을 등을 통해 개조하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 시작됐고 10년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비 50%를 지원하는 공동주택 도색작업을 준비중이다. 시청과 여성회관 등 공공기관을 리모델링하고 상가지역의 간판들은 LED로 정비토록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보도블록·간판·신호등·가로등·맨홀 등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각종 공공 인프라도 디자인 요소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 계원예대 전문가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도시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는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환경을 조성해 시민의 일상이 중시되는 시민 주도형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친환경적·친인간적·친경관적인 도시가 미래도시다. 의왕이 디자인도시를 지향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제 의왕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