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분방함·장난끼 등
‘네오테니’ 유전자
글씨체 영향 주장 펼쳐
광개토대왕·김구선생
비교분석 설득력 높여
■ 어린아이 한국인┃구본진지음, 김영사, 436쪽. 1만8천원

흉악범의 글씨는 속도가 느리고 각이 많다. 글씨의 마지막 부분은 흐려지고 필압이 무거워 글자 사이의 공간도 좁다. 거짓말 선수인 사기꾼의 글은 무질서해 읽기가 어렵고, 필압이 약해 기울기, 크기, 간격, 속도의 변화가 심하다.
이 수사기법은 필적학에 근거하는데, 글씨를 쓸 때 머리에서 손과 팔의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 선, 굴곡, 점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계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결국 필적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필적학을 연구한 국내 최초 필적학자 구본진이 한국인의 DNA를 역사 유물속 필적을 통해 분석했다.
저자는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 칼’을 살펴보며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네오테니(어린이화)’가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화는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며 장난기가 가득한 기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글씨체가 유전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글씨체가 손자에게 유전되고, 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족의 글씨체가 유전된다.
그 사례로 그는 414년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와 1876년에 태어난 황해도 해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비교했다. 두 글씨 모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고 속도가 빠르지 않으며 필선이 부드럽지만 힘이 넘친다.
또 신라시대 보검에서 발견된 자유분방한 특징까지 발견돼 한민족의 글씨유전을 여실히 보여준다.
독특하지만, 설득력 있는 저자의 분석은 15년 이상 글씨를 수집하고 30년 가까이 고미술품을 수집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검사로 재직하며 숱한 피의자들의 자필진술서를 보았고, 그 속에서 글씨가 곧 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사람의 내면과 글씨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9년 국내 최초의 필적학 책인 ‘필적은 말한다: 글씨로 본 항일과 친일’을 출간,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