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88만원 세대, 삼포세대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헬조선(지옥과 한국을 합성한 신조어) 세대라고 불러요, 현실이 지옥 같다는 의미죠”.

27일, 명문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자신의 모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답답함을 토로하고자 글을 올렸다.

글 내용에는 ‘학자금 대출만 2천만원, 문과를 졸업해서 취업조차 되지 않네요. 이같은 헬조선에는 자기집 장만은 커녕 취업도 사치인 것 같아요’라고 담겨 있었다.

김씨가 말하는 ‘헬조선’은 지옥(Hell)과 한국(조선)을 합성한 신조어로 사회를 비하하는 뜻이지만, 한편으론 청년 실업률이 9.4%인 만큼 기회의 박탈로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다는 힘겨운 현실을 방증하는 의미다.

자조적인 ‘헬조선’에서 더 나아가 때로는 사회 상위계층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는 ‘죽창’이라는 신조어도 퍼지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디시인사이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 ‘금수저’들만 잘 사는 한국사회에서 우리 같은 빚더미의 ‘똥수저’들은 오로지 ‘죽창’을 들고 일어나는 방법 밖에 없다. 죽창 앞에는 너도 한방 나도 한방, 평등하니깐”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씨가 말하는 죽창은 과거 민중의 봉기를 비유하는 말로, 현실을 극복할 다른 대안이 없어 오직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계층구조를 뒤집어야 한다는 자기 파괴적인 포기선언이다.

이처럼 ‘헬조선’, ‘죽창앞에 만민평등’, ‘금수저와 똥수저’ 등 신조어가 20~30대를 중심으로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이는 낮은 취업률과 비정규직으로 인한 저임금과 높은 부동산 가격 등으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88만원 세대, 연애와 취업 등을 포기한 삼포세대 등을 넘어, 언제든지 불만이 터질 듯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SKY 등 명문대 생과 중산계층에서 자란 청년들도 사회를 헬조선으로 비유하는 등 불만 양상이 과거보다 더 넓게 자리 잡았다.

게다가 지난 한 달동안 트위터에는 ‘헬조선’이나 ‘망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수천번 언급됐고, 지난 5월에 개설된 ‘헬조선사이트’에는 사회적 불만을 이야기 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에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청년들이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불만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며 “정부는 최저 임금인상 , 집값 안정 등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해 청년들이 노력하면 상위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