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목판화는 작가의 몸이 반응한 흔적”

 

거리미술가 이태호·현장미술가 이윤엽

시민의 삶 통해 사회의제 풀어내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내게 목판화는 ‘아름다운’, ‘멋진’, ‘향기로운’ 등의 형용사가 아닌, ‘살다’, ‘아프다’, ‘견디다’와 같은 동사에 가까운 장르다. 세계와 사건과 현상에 대해서 말로 하는 설명보다는, 시각과 촉각을 아우르며 작가의 몸이 반응한 압력의 흔적으로 다가와서다. 그래서 목판화가의 작업 과정도, 작업 이후 작품이 타자와 만나는 소통의 지점에서도, 그 이미지가 사람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생성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거리미술가’ 이태호(1951~)와 ‘파견미술가’로 명명된 현장미술가 이윤엽(1968~)의 목판화는, 타자와 감성을 공유하는 지점에서 의미를 생성하려는 작업 프로세스란 점에서 위의 기술에 적합하다. 사회적 의제가 되는 부조리한 지점을 포착해서, 시민의 실제 삶의 현장에서 그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하기에 더 그렇다.

이윤엽, 지금.
이윤엽, 지금.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이태호는 속물적 소비를 유도하는 광고 문화와 거기에 포박된 자본주의 일상을 비판하기 위해, 목판화를 거리 담벼락이나 게시판에 포스터나 벽보 형식으로 부착하는 작업을 한다.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라고 불리는 행동형 작업이다. 시인 김수영, 독립운동가 김원봉, 노동자 전태일, 현대미술가 백남준, 코로나와 싸우던 무명의 간호사 등, 우리 사회의 고착된 위계를 전복하려던 인물을 거리 공간에 제시함으로, 대중의 인식적 회로를 증폭하려는 시도다.

이윤엽은 집회나 시위 현장에 작가 스스로를 ‘파견’한 후 목판화 전단이나 포스터 등의 시각물을 제작-(타자와)공유하는 방식을 취한다. 각종 노동자-농민 집회, 평택 대추리, 용산 참사 현장, 제주 강정마을과 구럼비, 밀양 송전탑 등 소외받고 탄압받는 이웃과 작업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그 결과물을 전시장으로 이동, 가변 설치 방식으로 집회의 현장성을 ‘보고형’ 형식으로 미적 전치를 한다.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전경.
이태호, 거리설치 프로젝트-거리는 나의 미술관 전경.

이웃과 함께 맞닥뜨린 공동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이 두 작가의 목판화 작업은, 제도화된 미적 기준으로부터 일탈하는 대안적 행위다. 또 목판화 형식과 장르적 개념에 대한 전위적 모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 일반의 존엄성에 대한 접근이란 점에서 존재론적으로 아름답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현실의 모순 앞에 중립 없”이 행동하는 이들 작업은, 그래서 더 적극적인 예술의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김진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