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과 물’ 흐름 사경(寫景)의 극치… ‘산운’ 연작 수묵판화의 경지

 

김억, 마음에 담은 풍경 ‘한눈에’

김준권, 여정속 사생·사색의 기록

김억, DMZ 연작, 2019, 한지에 목판, 370×70㎝. (16점)
김억, DMZ 연작, 2019, 한지에 목판, 370×70㎝. (16점)

‘목판화로 국토의 참 풍경을 새겨 온 김억과 김준권.

김억은 한 장소가 마음에 들어오면 두 발로 오르내리면서 혹은 돌아가면서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면서 눈과 마음으로 풍경을 보고 담는다. 걸어간 만큼의 풍경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런 다음 기억의 세밀한 부분까지 다 꺼내어 스케치한다. 특히 새의 눈처럼 부감법으로 그려지는 풍경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그린다. DMZ를 마음에 담았으면 그 풍경의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을 터이다. 그래서 그의 판화는 마치 사경(寫景) 산수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자신의 목판화를 이렇게 말한다. “진경은 살아 있는 그림이에요. 현재형의 살아 있는 그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땅이죠. 사실, 자연은 읽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해석도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문도 듭니다. 그래서 보지 않는 것까지도 팝니다. 길과 물의 흐름을 봅니다. 길은 자연 속에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고, 물은 생성, 생명력입니다. 그 둘이 절묘하게 어울리면 제 그림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김준권의 국토는 대한민국 남단의 가파도에서 휴전선, 요동에서 본 북녘까지 그 풍경은 끝이 없다. 그는 풍경의 다양한 색을 나타내기 위해 동양화 안료로 채묵(彩墨)을 표현하고, 수묵으로는 고요한 풍경을 드러낸다. 또 강렬한 색채의 시각적 힘을 나타낼 때는 유성 목판을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가 새기는 목판화의 참맛은 수묵 판화에 있다. 그가 새긴 ‘산운’(山韻) 연작은 수묵 판화의 한 경지를 보여준다.

김준권, 산의 노래-2, 2021, 채묵목판, 163× 260㎝.
김준권, 산의 노래-2, 2021, 채묵목판, 163× 260㎝.

그는 이렇게 그의 작품을 설명한다. 그는 “내 작품은 그 여정에서 만난 사생과 사색의 기록들이고, 그 현장을 가슴에 담아 작업실에 앉아 되새김해 그려낸 ‘있는 풍경’, ‘있을 법한 풍경’, ‘있어야만 하는 풍경’이 내가 그린 판화 세상이고, 내가 그린 꿈인 것입니다”라고. 그러면서 “‘우리 땅-우리의 진경’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명제에 충실하며 목판화 기법을 깊이 연구했다”라고 덧붙인다.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