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격전지 유권자들 “다음 대통령, 상식·책임감 있었으면”

산업화·교육도시 등 대표성 지녀

2개 의석 민주·국힘 공평하게 차지

거창한 공약 대신 기본·수습 강조

민주 ‘골목 행보’, 국힘 ‘사태 사과’

6·3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인하대학교 학생을 포함한 미추홀구 유권자들은 다음 대통령이 상식을 지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사진은 14일 인하대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의 모습. 2025.5.1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6·3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인하대학교 학생을 포함한 미추홀구 유권자들은 다음 대통령이 상식을 지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사진은 14일 인하대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의 모습. 2025.5.1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6·3 조기대선을 대하는 인천지역 미추홀구 유권자들은 기본을 지키는 대통령을 원했다. 거창한 공약이 아니라 상식을 지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14일 대선을 앞둔 미추홀구 주민들의 생각을 들었다. 주안역과 인하대 두 곳을 찾아갔다. 주안역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주안산단과 더불어 도시 발전을 견인한 상징적인 장소다. 인하대 역시 한때 미추홀구를 교육도시로도 불리게 한 대표적인 교육 인프라다. 정치적으로는 국회의원 지역구 2개 의석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 자리씩 차지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격전지다. → 그래프 참조

14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에서 만난 대학생 정찬호(22·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씨는 “솔직히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상식과 책임감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겪을 혼란이 어느 날 갑자기 초래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국민들이 우리나라 정치인과 대통령에게 바라는 상식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정치행위의 결과가 예상을 벗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계엄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고 했다.

이날 인하대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다음 대통령에게 정치인으로서의 엄격한 정치철학을 바라거나 거창한 공약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치가 낮았다. 현재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고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기본이 지켜지길 바라는 학생이 다수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경영학과 4학년 김모(23)씨는 “이번 선거가 나라를 바로잡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 “끝도 없이 추락한 우리 위상을 다시 올리는 부분도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거나 “정치를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투표일에 투표소에 가겠다고 답했다. 기권표를 던지더라도 꼭 투표장에 가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권표를 던지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경인전철 주안역을 찾아 출근길에 나서는 시민들의 얘기를 들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미추홀구 주민들의 생각도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년 넘게 주안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한 웨딩업종에 종사하는 한 중년 여성은 “갑작스럽게 엄청난 일을 겪고 나니 매일 왕복 4시간을 전철로 출퇴근하는 고단한 일상이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더 괴롭게 느껴진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아직 후보를 정하지 않았고, 꼭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새 대통령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써줄 것을 바라는 새내기 직장인의 목소리도 이날 주안역 급행 승강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박지윤(25)씨는 “구로역까지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한 지 2개월째다.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날이 많다”면서 “포괄임금제여서 밥 먹듯 야근을 해도 별도 수당이 없어 고민이다. 다음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만큼 대접받을 수 있도록 힘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서도 비슷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동구미추홀구갑 지역위원장은 “1만표 앞서겠다는 목표로 골목골목 주민과 만나고 있다. 응원을 보내주는 주민도 많이 있지만 정치에 상처를 받은 나머지 냉소적인 주민들의 모습도 적잖게 보인다”면서 “시민들의 상처를 다독이며 이재명을 믿고 한번 맡겨보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동구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며 주민들께 다가서고 있다”며 “김문수 후보의 마음을 주민들도 알게 될 것이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