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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안 되고 있는 화정터미널은 버스 진출입로에 일반차량과 행인이 수시로 드나들어 운수업체로부터 사고에 대한 우려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버스터미널 통합계획 실패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환승주차장을 수년째 폐쇄해 말썽을 빚은 고양시(경인일보 3월 3일자 23면 보도)가 터미널 이중 운영으로 인한 시민불편을 방관하고 있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시의 일관성 없는 교통정책이 지금의 혼란을 일으켰음에도 대책없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8일 시와 운수업체들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2년 6월 일산동구 백석동에 전국 운행에 나설 고양종합터미널(이하 고양터미널)을 개장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모든 기착지를 고양터미널로 하고 수도권·충청권 일부 노선에 한해 기존 화정터미널을 경유하는 화정터미널 축소 방침을 세웠다. 화정터미널은 경유지 역할만 하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1999년 덕양구 화정동에 들어선 화정터미널은 시설이 낡고 버스주차면적은 3천여㎡로 협소했으나 고양터미널은 4배가 넘는 1만4천여㎡ 규모에 달해 100만 시민의 광역교통수요를 감당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화정터미널 인근 주민과 정치인들이 반대여론을 조성하며 반발하자 시는 이를 의식해 화정터미널 또한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돌연 방침을 번복했다.

이후 두 터미널 노선은 양분됐고 시민들은 내막도 모른 채 양쪽을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고양터미널에는 울산·포항·부안 등 7개 노선, 화정터미널은 광주·전주·강릉 등 4개 노선이 단독 운행 중이다.

또 고양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편 등 수십개 전국 노선이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화정터미널을 경유하는 탓에 운행시간이 늘어나 시민과 운수업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고양터미널 운영사 측은 "애초 노후가 심한 화정터미널이 단계적으로 고양터미널에 통합되는 걸로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두 터미널 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시는 "터미널사업자끼리 해결할 문제이며, 당시 담당공무원이 서울시와 제주도 등으로 전출해 자세한 내용은 알기 힘들다"고 답변을 꺼렸다.

이에 대해 시민 김모(주교동)씨는 "고양시가 충분한 검토 끝에 고양터미널을 승인했던 것 아니냐.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크게 만든 거냐"고 질책했다.

고양/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