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에 미지근
내항 재개발·종합병원 설립 열망은 ‘활활’
작년 총선·20대 대선 접전지 불구
이재명 상대 ‘내홍 국힘’ 경쟁력 반문
경제 수습·지역 현안 해결 이구동성
상황 다른 양당, 선거운동 집중 한뜻

주요 정당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고 12일부터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역대 선거에서 ‘민심 풍향계’ 역할을 했던 인천지역 유권자의 마음이 이번 대선에서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된다. 경인일보는 인천 중구를 시작으로 10개 군·구 유권자들의 민심을 짚어본다.
■ 민주·국힘 접전 벌였던 중구… ‘어대명’ 속 김빠진 분위기
인천 중구는 가장 최근에 열린 지난해 총선과 2022년 20대 대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접전을 벌인 지역이다. 2012년 18대 대선만 하더라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문재인 후보를 11%p 차로 가볍게 따돌렸지만, 20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2.4%p 근소하게 앞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던 지난해 총선 역시 중구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민주당 조택상 후보(49.38%)와 재선에 도전한 국민의힘 배준영 후보(49.52%)의 표차는 122표에 불과했다. → 그래프 참조

이번 대선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10일 중구 신포시장과 영종하늘도시, 공항철도 운서역 등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언급하며 선거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1980년대부터 신포시장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은례(72·여)씨는 “어차피 이재명이 되는 것 아닌가? 내 주변 10명 중 9명은 이재명이 된다더라”며 “누굴 뽑든 이 사람이든 저 사람이든 크게 바뀌는 건 없다. 서민들 잘 살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영종하늘도시에 거주하는 이석만(63·남)씨는 “인물만 놓고 보면 한덕수에 호감이 갔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최종 후보가 된) 김문수를 밀어주는 게 맞지만, 이재명 상대로 경쟁력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운서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47·남)씨는 “작년 총선 때도 국민의힘에 실망을 많이 했으나 지역구 의원(배준영)이 역할을 잘하는 것 같아 사람만 보고 뽑았다”며 “이번 선거는 인물이 없다. 공약이라도 그럴듯해야 고민을 할 텐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투표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 유권자가 바라는 건… ‘집값 안정’ ‘일하는 정부’
중구 유권자들은 대선을 통해 선출될 21대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잘 대처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주말에만 신포시장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 민지현(29·여)씨는 “집값을 꼭 잡아줬으면 한다”며 “대기업 다니는 사람 비율은 10%도 안 되고, 중소기업 다녀서는 집 사는 걸 꿈꾸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중구 영종하늘도시 인근 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유정호(35·남)씨는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계속 갈등을 빚어 경기 침체나 민생대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감이 있다”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면 경제 문제부터 신속하게 해결하고 제대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영종도 종합병원 설립 시급… 내항 재개발 ‘상권 활성화 고려해야’
새 정부가 중구지역 현안을 해소하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낙후된 원도심인 중구 내륙지역은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이, 영종지역은 대규모 병상을 갖춘 상급 종합병원 설립이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신포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제형남(48)씨는 “내항 재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신포시장을 포함한 중구 상권 활성화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시장에 사람이 너무 없고, 지역 상권끼리 연계도 안 되는데 내항 재개발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운서역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온 김주현(38·여)씨는 “(아파트 단지) 온라인 카페를 보면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며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병원은 중요한 시설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민주당 ‘자신감 갖고 유세’, 국힘 ‘어려운 상황’ 온도차
중구지역 대선 유세를 지원하는 양당 지역당 분위기에서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민주당 중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인 조택상 위원장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영종지역은 물론이고, 접전이 예상됐던 중구 내륙 쪽도 이번 선거는 분위기가 좋다고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선거운동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중구강화군옹진군 당협위원장인 배준영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어대명’ 분위기가 압도적인데다 (국민의힘) 후보가 늦게 결정돼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 운동을 진행하면서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김성호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