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권한·재정 분산 기대감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권 갈등’
사회통합, 대선 이후 최대과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쏠린 눈
유례 없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조기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어떻게 정상 궤도에 올려 앞으로 나아가게 할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은 선거판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게 현주소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유권자들은 혼란하기만 하다. 경인일보는 대선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정책 대결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선거에 화두가 돼야 할 어젠다를 분야별로 제시해 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 2월 전세계 167개국의 ‘2024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했다. EIU는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의 자유부문을 평가하는데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32위로 전년보다 10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지난해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기본적인 시민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정치문화가 낙후됐고 정치 참여는 저조하며 통치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 정치권의 극심한 대립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 대해 EIU는 보고서를 통해 “정당 간의 뿌리 깊은 반목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정치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는 정치적 폭력과 사회 불안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꼬집었다.
어느 때보다도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권의 갈등이 사회 분열마저 야기하는 만큼, 대선 이후 최대 과제는 정치 개혁을 기반으로 한 사회 통합일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한편, 통합을 이룰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야4당과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공언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14차례나 외치기도 했다.
후보직 박탈 기로에 섰다가 극적으로 복귀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는 데서부터 정치 개혁을 이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된 직후 그 역시 “정치가 삼류가 아니라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며 “좌우를 넘어 노사, 동서, 남녀, 빈부 모든 것을 반드시 다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지난 4일 광주 국립 5·18 민주 묘지를 참배한 후 “오월 광주 정신을 이어받아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매 선거때마다 ‘이번만은 꼭’ 실현돼야 할 과제로 거론되는 지방분권 강화는 21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중요한 과제다. 거대 양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러 주자들이 앞다퉈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실현 여부에도 주목도가 높아졌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새 정부의 과제’ 토론회에서 김동원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격상하고 자치입법권, 재정권, 조직권 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누구보다도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인사들이 거대 양당의 후보가 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전직 경기도지사인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중앙에 쏠린 각종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분산해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준석 후보 역시 지방정부에 세율, 최저임금 등을 정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강하게 부여함으로써 자립, 경쟁토록 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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