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미래의 먹거리 책임질 연구
단기성과 조급함 안타까움"

김학석·김선회 기자

발행일 2016-11-30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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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은 "융기원에는 융합기술의 역량이 축적돼 있으며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지식·기술 또한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 인프라·예산지원 서울대 출연 '국내 최초·최대' 융합기술연구기관
8년간 기술축적 완전체 '판교제로시티' 4차 산업혁명 중추적 역할 기대
농업용비료 효과개선·조류독감 진단등 다양한 기술들 '제때활용' 중요
무분별 예산절감 기관 퇴보시킬뿐… 마음놓고 연구 '운영 안정화' 시급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한 명언이 있어요.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정치인들이나 공직에 계신 분들께 꼭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정의와 저희가 생각하는 '과학기술'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어요. 전자가 현재 산업의 발전을 일으키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이 그 목적이라면, 후자는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연구분야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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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위치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 박태현 융기원 원장은 기자들을 만나자마자 열변을 토했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보기에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답답하게 보였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가들은 예산을 투입하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이쪽 분야라는 것이 시간을 정해놓고 예산을 들인다고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일본이 계속해서 노벨상을 타는 반면 우리나라는 순수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타는 것이 참 힘든 일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에게 돈을 대주면서 꾹 참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경기도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융기원으로서는 상당히 답답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도지사들이 바뀔 때마다 무언가 터뜨려야 한다는 중압감이 교수들과 엔지니어들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 원장은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며 "도청 직원이나 도의원들이 우리의 업무에 대해 많이 이해를 해주고 있어 업무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박 원장에게 융기원의 탄생부터 현재 융기원이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융기원은 어떤 곳인가?

"융기원은 융합과학기술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경기도가 인프라와 예산을 지원하고, 서울대학교가 출연해 설립,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융합기술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난 2005년 융기원 설치 및 운영조례가 제정되고, 2007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법인설립 허가를 받은 뒤 2008년 비로소 개원됐다. 그리고 2009년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만들어졌다. 실제 학위가 주어지는 커리큘럼이 생긴 것이다. 현재 융기원에는 나노융합, 바이오융합, 스마트시스템, 범학문 통합 등 총 4개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개의 센터들이 조직돼 있으며, 바이오헬스분야, 에너지반도체, 미래자동차, IT융합, 로봇융합, 게임융합, 공공데이터 분야 등 국내 최고의 연구소를 목표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융기원 최고의 성과를 꼽는다면?

"남경필 도지사의 역점사업인 '판교제로시티' 내에 자율주행 차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 Bed)를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8년간 축적된 융합기술의 완전체로 경기도 4차 산업혁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융기원 설립 이후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해온 융합기술이 드디어 판교제로시티를 통해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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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원래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를 이용한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전자·IT)' 이용한 자동화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주목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융합을 통한 사물 지능화를 말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기술'에 달렸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예로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3D프린팅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융기원의 자율주행차도 5G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중인데, 4차 산업혁명시대는 5G의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하고 있다. 참고로 5G는 차세대이동통신기술로 기존의 인터넷 속도보다 100배 이상 빠르고, 용량은 1천 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경기도에는 해결해야할 다양한 정책과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도가 융기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판교제로시티 구축같은 역할을 수행할 연구기관은 경기도에서 융기원이 유일하다고 본다. 그만큼 융기원에는 융합기술의 역량이 축적돼 있다. 또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지식·기술 또한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융기원 연구진들은 그동안 수많은 국가과제를 수행해 오면서 경기도 사회문제해결형 융합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자율주행차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로봇, 가상현실 구현, 음식물쓰레기 처리, 바이오에너지 생산, 에너지관리기, 자동차 배출 유해가스 저감, 농업용 비료효과 개선, 기능성식물 신품종개발, 농업농촌 6차산업 공동연구, 조류독감 및 구제역 진단기술 등 매우 다양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도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융기원이 가진 계획이나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우선 기관의 운영 안정화가 시급하다. 단기성과의 조급함과 무분별한 예산절감은 기관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융기원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서울대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도 지원예산이 축소된 데다 2017년 이후부터는 서울대의 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이라 향후를 대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연구기관은 매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분명히 다르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경우 80% 가까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의 RCAST의 경우도 40% 가까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융기원처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기관은 사실 운영비 지원 없이 기관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장기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과연 월급 걱정하는 기관에서 어떤 사업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겠는가? 우수한 연구인력에 대한 사기진작이나 인력확보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기관이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보유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운영비를 지원하고, 판교제로시티처럼 융기원이 보유한 기술을 도에서 제때 활용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담·정리/김학석 정치부장·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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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융기원 원장은?

-1957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졸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과졸(석사)
-1990년 화학공학박사(미국 퍼듀대)

-주요 경력
▲1983~1986년 럭키중앙연구소 유전자공학연구부 연구원
▲1990~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박사 후 연구원
▲1992~1997년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교수
▲1997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현)
▲2001~2002·2006~2007년 미국 코넬대 방문교수
▲2007~2008년 서울대 바이오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
▲2013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현)
▲2016년 한국생물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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