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촬영 순례' 안 반가운 배다리상인

인천 헌책방거리
19일 오후 인천시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 '한미서점' 앞이 인천을 주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으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관광공사 드라마 연계 코스 개발
상인들 소통없이 유치 의미 퇴색
거리·서점 '인증샷 찍기'로 몸살
영업 방해 사진촬영 금지 문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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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코스 개발요? 여기는 박물관이 아닌데…."

지난 18일 오후 2시께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 '한미서점' 앞 인도는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가족들로 붐볐다. 인도에서는 노란 간판의 서점이 화면에 다 담기지 않자 사람들은 왕복 2차선 도로까지 나갔다. 사람들이 뒷걸음질로 도로까지 나오자 주행 중인 차들은 중앙선을 넘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 보니 35㎡ 남짓한 좁은 곳이 온통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편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5명이 책장 옆에 일렬로 서서 사진을 찍더니 급기야 한 명이 책장을 밟고 올라섰다. 서점 주인이 조심스럽게 "사람이 많아 사진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멋쩍게 서점을 나갔다.

상황이 이렇자 서점은 얼마 전 '관광 목적의 촬영은 밖에서만 해달라'는 문구를 적어 입구에 붙이는 한편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일어, 중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국어로 '방문객이 많을 땐 사진 촬영은 자제해달라'는 녹음 파일을 준비해 놓기도 했다.

방문한 사람들은 간혹 만화책이나 도깨비 관련 책을 사기도 했지만, 기념엽서를 사거나 그냥 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매출에 큰 영향이 없는 것은 다른 상점들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한미서점으로 몰리며 한적한 곳도 있었다. 한 서점 주인은 "방문하는 사람이 이전보다 많아진 건 맞지만, 매출엔 크게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을 주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 '도깨비'가 인기리에 종영하면서 인천관광공사가 '인천 도깨비여행' 코스를 개발해 홍보와 이벤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코스에 연계된 배다리 헌책방거리 내 상인들은 배제한 채 관광지 개발에만 급급, 헌책방거리의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인천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들은 드라마 종영 후 헌책방거리를 포함한 '도깨비' 촬영장소를 여행 코스로 개발해 여행박람회에 소개하는 동시에 민간 여행사와 여행상품 개발을 협의 중이다. 3~4월에는 중국, 태국, 일본 등 아시아권 관광객 유치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SNS 인증사진' 이벤트와 같은 관광객 모집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상인과의 소통이나 협업 없이 관광지만 개발하면서 상인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서점 김시연(48) 사장은 "관광공사가 이곳을 관광지화하면서 한 차례도 이곳 사정이 어떻고 무엇이 필요한지 양해를 구한 적은 없었다"며 "헌책방거리가 의미나 성격에 맞게 잘 소개되기 위해 상인들과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닌 무작정 관광지화, 상품화만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특정 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헌책방거리를 홍보하고 인천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개별 상점과) 협의를 하진 않았다"며 "구청과 다른 필요한 인프라 구축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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