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유람

[전시리뷰]간송미술문화재단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비범한 영웅, 우리처럼 고뇌하는 평범한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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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록 '칼을 거두기까지, 신정왜기공도권'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미화하지 않은 모습 다양한 표현
한글이 빚어내는 우연성 포착도
이순신 재해석 작품이 더 돋보여
모호한 전시 주제 산만함 아쉬워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주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색다른 전시를 선보인다. 훈민정음해례본과 난중일기 영인본을 비롯해 동국정운, 임진장초, 충무공서간첩, 이순신 장검 등 유물들과 함께 현대미술작가들이 두 인물을 주제로 다양한 해석을 가미한 작품을 공개한다.

전시는 훈민정음과 난중일기를 비등하게 다루지만, 난중일기로 비춰 본 이순신의 내면을 구현하려는 작품들이 더 눈에 띈다. 급하게 휘갈겨 쓴 난중일기가 마음을 헤집는다. 난세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7년은 참 길고 긴 시간이다. 이순신을 재해석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 긴 시간의 회한을 잘 드러내고 있다.



김세랑 작가는 충무공 이순신의 복원 피겨모델을 선보였다. 작가가 만든 얼굴은 덕장의 용모가 아니다. 날카로운 눈빛, 잔뜩 구겨진 주름, 꽉 다문 입술. 누구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순신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충무공의 초상화는 현재 남아있는 것이 없고, 문헌의 기록으로만 존재한다.

작가는 이순신의 5대손이자 그와 가장 흡사한 인생을 살았던 이봉상 장군의 초상화를 바탕으로 이순신의 용모를 기록한 문헌과 대조해 구현해냈다.

"난중일기에는 잠도 자지 못하고 수시로 기침을 했으며 위장병을 앓고 있었다고 적혀있다. 늘 날카롭고 예민했으며 원칙을 강조하는 꼬장꼬장한 인물이다. 7년의 전쟁을 끝낸 영웅의 용모를 굳이 미화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난세를 구한 것이다."

장재록 작가는 '정왜기공도권'을 현대회화로 재해석했다. 정왜기공도권은 명나라 황실 소속 종군화가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은 정유재란 마지막 해인 1598년의 순천왜성 전투와 순천왜성에서 퇴각한 왜군을 노량 앞바다로 유인해 소탕한 노량해전을 비롯해 승전소식을 명나라와 조선 조정에 보고하고 사당에 제사를 지내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무채색만을 활용해 전 과정을 그려냈다.

한글의 확장성을 과감히 보여준 작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설치미술작가인 빠키는 키네틱 아트를 통해 한글이 빚는 우연성의 미학을 키치하게 표현했다.

자음과 모음을 톱니바퀴 돌아가듯 달아 이들이 교차하며 만났을 때 빚어내는 절묘한 이치와 작품 주위를 돌고 있는 조명의 각도에 따라 벽에 나타나는 그림자의 형태는 우연 같지만, 우연 같지 않은 세상의 이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겨우내 TV를 틀면 광화문 광장이 나왔다. 그 겨울 붉게 물든 광화문 광장엔 변함없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서 있었다. 전시의 주제가 다소 모호해 산만하긴 했지만, 지난 겨울 광화문의 추억을 떠올리며 선인들의 용기를 얻어갈 만 하다.

전시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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