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사진
도성훈 인천 동암중학교장
전국 각 시도별로 나름 특색있는 교육 비전들이 있다. 요즈음 대세가 된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은 '경기교육'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전북교육'은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소신을 잃지 않았던 김승환 교육감의 정의로운 교육행정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천교육에도 이렇게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과 철학이 있는가? 교육분야 역시 중앙집권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학벌사회의 일그러진 요구가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인천의 교육행정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채 떠밀리듯 이어져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한반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동북아의 관문인 인천은 세계시민교육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현명한 대응과 함께, 교육계에서는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관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과정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

'평화교육과정'은 남북관계나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분쟁 같은 거시적 의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이나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 등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지나친 입시경쟁과 자본의 이윤 극대화, 그리고 '헬조선'이라 불릴 만큼 암담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은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분노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혀있다. 아이들만의 책임이 아님은 당연하지만, 언제까지 현실만 탓할 수는 없다.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학교만큼은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동암중 졸업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나를 찾아오는 때가 있다. 친구들에게 전했던 작은 배려와 협력적 상황에 대해 선생님들이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는 말들을 전한다. 동암중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을 텐데, 고등학교에선 '특별한' 칭찬을 받는 것에 대해 쑥스러우면서도 내심 자랑스러워한다. 나 역시 흐뭇했다. 교장이기 이전에 한 선생으로서, 제자들이 대견했다.

그렇다.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생활 속에서의 존중과 소통, 나눔과 배려가 평화교육의 단초라고 생각한다. 하여 이것은 학교폭력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평화교육은 '개인의 마음의 평화'에는 관심 갖지 않았던 대한민국 교육이 변화할 수 있는 의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민주시민'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발돋움해야 할 인천이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 노동의 존중 및 인권 의식의 제고 요구 등 이미 세계시민으로서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로 진입했다. 이때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존중과 배려를 품은 평화교육과정을 구축한다면 그동안 처벌이나 낙인찍기의 악순환에서 생활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 한명 한명이 우주와도 같은 존재다. '모든 아이가 내 아이다'라는 말처럼 그들이 가진 개성들을 살리고 재능들을 키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의 마음에 뿌리내린 평화의 인프라가 사회 갈등을 풀어내고 나아가 남북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제 인천이 그 중차대하고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도성훈 인천 동암중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