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출범 취소… 시당 내부 혼란 우려
일방적 경선 무효화 ‘정당 쿠데타’ 비판도
국민의힘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선거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 파장이 인천에까지 미치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국민의힘 인천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취소되는가 하면, 시당 내부에서도 갈등과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례 없는 대선 후보 교체 사태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취소,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입당과 후보 등록 안건을 의결했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 대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려는 의도로, 사실상 ‘강제 후보 교체’라는 말이 나온다. 김 후보가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겨우 일주일만이다.
그동안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김 후보와 당 지도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11일) 이전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김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시간을 두고 단일화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지난 9일 자정까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는 당 지도부가 후보 재선출 절차에 나서는 신호탄이 됐다. 앞서 김 후보가 당 지도부의 압박에 대응하고자 지난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10일 새벽 긴급 의결 후 국민의힘 선관위는 곧바로 김 후보 선출 취소와 함께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지하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후보자 신청을 받았다. 이 절차에 반발한 김 후보는 등록하지 않아 현재 한 후보가 단독 등록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 예정인 전 당원 투표를 거쳐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한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반면 대선 후보 자격이 취소된 김 후보는 이날 ‘대통령 후보자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말 그대로 ‘전례 없는’ 강제 후보 교체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앙 갈등 직격탄 맞은 국민의힘 인천시당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이날 오후 4시 예정됐던 ‘국민의힘 인천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어도 이와 별개로 인천시당 차원에서 지역 민심을 살피고 공약을 발굴하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었지만, 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 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더 큰 문제는 중앙 갈등으로 인해 단순히 인천 선대위 출범식이 취소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협위원장이나 당원 등 인천시당 결집에도 차질이 생길 판이다. 이미 당 지도부 결정을 두고 당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부분 일방적인 경선 무효화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당원들이 직접 선출한 후보를 비정상적으로 교체하는 것을 두고 ‘정당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인천시당마저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아직 인천에서 한 후보를 공식 지지하는 인물은 한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나선 김기흥 연수구을 당협위원장뿐이다. 반대로 중앙 차원에서 당 지도부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인데, 인천에서는 현재까지 손범규 인천시당위원장, 유제홍 부평구갑 당협위원장, 이현웅 부평구을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2차 경선 당시 박종진 서구을 당협위원장도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국회의원 중에서는 윤상현(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이 김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손범규 인천시당위원장은 “나머지 당협위원장이나 당원 분들도 스스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무래도 지금 선대위 출범은 어렵다고 판단해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당 지도부의 행보는 분명히 잘못됐다. 내부에서 당을 완전히 찢어놓고 있다”며 “경선을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에게 개인과의 단일화를 압박한 것부터 잘못이고, 지금의 상황도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