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관광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김창수

발행일 2018-01-03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원주민 일상 파괴·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
여행자중심 관광 '주민중심'으로 전환 필요
지속가능성 지표 '사생활 보호'로 설정돼야

김창수-인천발전연구위원2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몇 년 전 제주에 신혼집을 마련한 가수 이효리가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집은 관광코스가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그저 스타가 겪어야 할 유명세 정도로 여겼다. 여행이 일상화되고 마을이나 도시의 일상생활 공간이 새로운 여행지로 부상하면서,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주민들이 고통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활성화로 인한 정주환경 훼손 현상을 지역개발사업의 결과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빗대어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서울 종로구의 북촌한옥마을과 이화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등 한때 관광지로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샀던 곳들이 밤낮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에게 휴일은 끔찍한 시간이다. 내국인부터 중국, 일본 등 외국인까지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특히 휴일에는 마을 전체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방문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눌러대는 셔터 때문에 언제 사생활이 노출될지 모른다. 빨래를 내다 널지 못하고 여름에도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어 신경쇠약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도 있다. 마을은 방문자들의 추억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소품으로 소비되고, 주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배경이 되는 것이다. 무단촬영 뿐 아니라 쓰레기 투기, 낙서, 흡연과 소음, 주차난 등 피해유형은 다양하다. 참다못해 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관광지 원주민들의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이화동 벽화마을의 주민들이 인기벽화 '해바라기'와 '잉어'를 페인트로 지워버린 사건이다.

유럽의 관광도시들도 관광객 과다유입으로 인해 물가와 임대료 상승이 가속화되고 원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현상 때문에 고민이 깊다. 시민들이 관광객의 방문을 거부하는 대규모시위가 발생하거나 노골적인 관광객 혐오증이 확산되는 등 정부의 관광정책에 항의하는 반관광운동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는 호텔 신축을 불허하고 숙박공유시설의 단속으로 연간 3천만명을 상회하는 방문객 숫자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방문자들로부터 하루 숙박에 10유로의 관광세를 징수하는 방안, 유적지에 기념품 상점의 입점을 제한하는 등 과잉관광을 조절하여 주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촌한옥마을처럼 마을이 관광지로 부상했지만 집값과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역설적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여행자 예절교육, 유의사항 안내판 설치, 야간 관광제한 등의 방안은 미봉책이다.

우리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들은 이같은 대량관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일상파괴 현상에 대한 고민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광연계주의, 관광만능주의는 이미 주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관광활성화로 원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시킨다면 누구를 위한 관광인가를 되물어야 한다. 주민의 삶을 담보로 한 관광우선정책은 주객전도 정책이며, 시민의 일상생활을 민속촌으로 만드는 것은 인권차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여행자 중심의 관광은 원주민 중심으로 전환하고, 관광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의 핵심지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보호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김창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