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조원 넘는 무안공항 KTX 철도 왜 필요한지
전북 동네마다 수백억 역사 짓는 이유 말해야
'원삼·모현 IC 재검토' 명확한 입장도 밝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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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실장
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원삼과 모현 IC 설치를 재검토하기로 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기획재정부는 용인시 구간 전반에 대해 적정성 재검토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작업을 맡겼다. 사업비 증가에 따른 절차로, 타당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나 지역에서는 둘 중 하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낙담한다.

용인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들 두 IC는 지난해 말 삽을 뜰 예정이었다. 수용 대상 토지와 보상가 책정이 통보된 상황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무술년 새해, 용인시 일출 행사장에서 주민들은 'IC가 설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영하의 추위에도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명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서울~세종 고속도로 원삼·모현 IC 원안 존치 결의안'을 전원 동의로 채택했다. 성난 주민 200여 명은 기재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용인시가 경기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모현 IC는 B/C(비용편익비)가 3.07, 원삼 IC는 1.92로 사업성이 충분했다. 기재부는 이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주민들은 정부가 갑자기 핸들을 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2년 전 마을을 찾아와 '용인에 2개의 IC 설치가 확정됐다'고 전한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말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은 기재부 소관이지만 설마 확정된 사안을 바꾸겠느냐"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모현 IC 공사비는 700억원, 원삼 IC는 400억원 안팎이다. '정부가 공사비 몇 푼 아끼자고 국민과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운 거리에 나선 주민들은 "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한다.

정부는 호남 KTX 광주송정~목포 노선을 유지하고 무안공항으로 가는 16.6㎞ 지선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해 말 호남고속철도(KTX) 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노선(77.6㎞)을 깔자고 합의했다. 2조4천731억원에 달하는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이렇게 되면 노선이 'ㄷ'자로 휘고, 사업비는 1조1천억원 더 들어간다. 혈세를 쏟아부어 고속철도를 무궁화 노선으로 만든다는 비판에 정부는 귀를 닫았다.

언론은 물론 정치권도 의문을 제기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3천억원 짜리 공항에 KTX 경유를 위해 1조3천억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면서 경제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국회가 예산을 세웠으니 우리는 실행하면 된다는 태도다.

전북에서는 고속철도 역사(驛舍) 사이에 또 역을 만들겠다고 해 지역이 갈라섰다. 혁신도시 역을 만들자는 쪽과 승객 감소를 우려한 인근 역 주민들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역 사이가 20㎞도 안 된다. 수백억 들여 고속철을 완행열차로 만들자는 이상한 계획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온갖 프레임(틀)에 갇혀 나아가지 못한다. 정부는 이념과 계층, 지역, 세대로 나뉘고 쪼개진 프레임을 깨뜨리자고 한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부라도 지역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역차별은 더 나쁘다. 그런데 지긋지긋한 '지역 프레임'은 더 강하게 조여오는 느낌이다. 수도권 역차별이란 말은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한 일들이 벌어지니 할 말을 잃게 된다.

정부는 원삼·모현 IC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1조원 넘는 혈세를 쏟아붓는 무안공항 KTX 철도는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전북에는 왜 수백억원을 들여 동네마다 KTX 역사를 지어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 정부가 합리적 근거와 이유를 들어 이런 의문을 모두 거둬들인다면 용인시민은 추운 거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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