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러 거장 지휘자 '로제스트벤스키' 서거

김영준

발행일 2018-07-0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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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볼쇼이극장서 발레 지휘로 데뷔
오페라 등 모든 장르 뛰어난 실력 갖춰
정부 간섭 불구 서방에서 활발하게 활동
2012년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지휘하기도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러시아의 거장 지휘자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1931~2018)가 지난달 1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구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로제스트벤스키는 모스크바음악원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아 1955년 볼쇼이극장의 발레 지휘로 데뷔했다. 1959~1973년 모스크바 국립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재임한 로제스트벤스키는 1962년과 1972년에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과 미국 공연을 펼쳐 대성공을 거두는 등 발레 음악과 오페라, 교향곡 등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20세기 중반 러시아 지휘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예브게니 므라빈스키(Yevgeny Mravinsky·1903~1988)와 키릴 콘드라신(Kiril Kondrashin·1914~1981)의 뒤를 잇는 로제스트벤스키는 당시 구 소련의 여타 지휘자들과 달리 서방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콘드라신이 1979년 네덜란드로 망명한 이후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로제스트벤스키는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다수의 해외 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와 함께 1974~1978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1978~1982년 BBC 교향악단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서방에서의 활동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간섭이 있었다고도 한다.

로제스트벤스키가 돌아왔을 때,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ev·1932~ )라는 또 다른 걸출한 지휘자가 이끌고 있었다. 이에 소련 당국은 로제스트벤스키를 위해 소련 문화성 교향악단(USSR Ministry of Culture Symphony Orchestra)을 급조했다.

로제스트벤스키와 소련 문화성 교향악단이 남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 음반(멜로디아)은 특히 뛰어나다.

소련 유일의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폭 넓은 레퍼토리와 함께 재기 넘치는 지휘로 유명했던 로제스트벤스키는 예민한 색채 감각과 풍부한 음악성으로 비길 데 없는 선명한 연주를 들려줬다.

1991년 구 소련의 붕괴 후에는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1995년까지 있었으며, 이후에도 세계 각지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를 한 로제스트벤스키는 2012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객원 지휘해 국내 음악팬들에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 등을 들려준 바 있다.

기자는 2004년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발레리 폴리얀스키가 지휘하는 러시아 국립 카펠라 오케스트라를 만났다. 당시 이들은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메인으로 세웠으며, 서곡과 협주곡으로 구성된 공연으로 음악제의 막을 성대히 열었다.

사전 조사 없이 급작스레 이들을 만났던 기자는 연주회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14년이 지난 현재 그들의 세부 연주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놀라운 기억은 생생하다.

연주회 후 '대체 어떤 단체이길래 이런 연주력을 보여줬나'는 의혹 속에 실체(?)를 파헤쳤고, 이들이 소련 문화성 교향악단의 후신임을 알았을 때 '역시'하며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글에서 언급한 거장들 외에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Evgeny Svetlanov·1928~2002)도 떠오른다. 차이콥스키와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은 러시아 거장들의 전매특허다. 하지만 이들의 장기를 러시아 음악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베토벤과 브루크너, 브람스 등의 독일 레퍼토리에서도 자신들만의 조형력과 소리로 수준급 연주를 들려준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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