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해당화

권성훈

발행일 2018-07-1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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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해당화 명사십리 해당화야

한 떨기 홀로 핀 게 가엾어서 꺾었거니

내 어찌 가시로 찔러 앙갚음을 하느뇨.



빨간 피 솟아올라 꽃잎술에 물이 드니

손끝에 핏방울은 내 입에도 꽃이로다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었네.

심훈(190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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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연인의 숨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해당화 전설이 있다. 옛날 연인이 바닷가를 노닐고 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치자, 남자는 여인을 물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은 물에 휩싸여 죽고 만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여인의 눈물이 남자의 시신에 닿자, 그 자리에서 짙은 분홍빛 애잔한 꽃이 피어난 것이 해당화다.

한편 명사십리는 전북 고창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해수욕장으로서 백사장을 밟으면 모래우는 소리가 십리에 걸쳐 들린다고 해서 '울모래등'이라고도 한다.

명사십리에서 '한 떨기 홀로 핀' 가엾은, 이 꽃은 가시가 있어 그것을 건드리면 '빨간 피 솟아' 전설 속 아픔을 더해준다. '손끝에 핏방울'은 여자가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어버린 연인의 숨결로서 '내 입에도 꽃'처럼 해당화 피어 '해변의 울음'으로 살아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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