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에 자치단체-시행사 갈등

기부채납 기준 상이해 협상 난항

절차 차질시 입주자 피해 불가피

사진은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경인일보DB
사진은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경인일보DB

정부가 이른바 ‘생활형 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 대란’을 막기위해 지난해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활숙박시설의 용도변경(오피스텔) 규제를 대폭 완화해준 가운데, 용도변경 과정에서의 공공기여 규모를 놓고 자치단체와 시행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려자산개발은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608가구)’을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변경하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40억원 상당의 해당 건물 내 부대시설 등을 공공기여로 내놓겠다고 제시했다. 일종의 기부채납 개념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애초 1개월 이상 장기 투숙하는 외국인 등을 위한 시설로 건립됐으나,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 제한이나 종부세·양도세 부과도 없어 투기 수요가 몰렸다. 이에 정부가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애초 정부는 거주 시설로 사용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지난해 말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은 오피스텔에 맞는 시설을 갖추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지자체에 생숙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용도변경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은 지구단위계획 상 업무시설 용지에 지어져 모든 가구를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준주거시설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 공시지가 상승으로 시행사에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 건축물 내 일부 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고려자산개발은 지난 3월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공기여 규모를 정했으나, 인천경제청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오피스텔 전환을 위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국토부의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이 아닌 기부채납 금액이 더 늘어나는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고려자산개발의 주장이다. 인천경제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공공기여 규모는 40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고려자산개발 관계자는 “서울 마곡 르웨스트 등 다른 지역에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들도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여 규모를 정하고 있는데, 인천경제청만 다른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고려자산개발 측에 공공기여 규모를 정하는 여러 방안에 대해 안내했을 뿐이고, 시행사가 제시한 기부채납 시설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최종 공공기여 규모는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올해 9월까지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자들은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