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심야 전기보일러 교체사업비'가 업체의 과장 광고와 함께 부실시공까지 드러나 농어촌지역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전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한전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7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심야 전기보일러 사용고객과 신규 신청 고객에 한해 심야 전기보일러(히트 펌프 보일러)를 교체했다. 교체 비용은 대당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설치금으로 200만(10㎾ 이하)~250만원(15㎾이하)을 지원했다. 한전의 지원으로 삼성전자와 캐리어 등은 지난 2년간 2만1천972대의 히트 펌프 보일러를 전국에 설치·보급했고, 한전은 올해에도 300여억원의 예산을 통해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제조·판매사가 제품의 열효율을 60%대로 올려 과장 홍보 영업을 했던 것이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잦아지자 한전은 기존 설치된 히트 펌프 보일러 1천여대를 조사해 결국 열효율이 30%대에 그친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적으로 3만여 대가 설치된 것으로 추산되는 히트 펌프 보일러는 평균 사용기간을 10~15년으로 고려해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전기료는 큰 금액이다.
한전이 소극적으로 일관한 사이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에는 시공사인 제조사들이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부실시공을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보일러를 내부에 설치하지 않고 배관을 외부에 노출했고, 히터 봉에 전기를 불법 투입하는 행위까지 벌였다. 또 기계설비면허나 난방시공 1종 면허를 보유한 자격자가 시공해야 함에도 무자격자가 설치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부실시공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의 제기한 소비자에 한해서만 원상 복구해줬다. 게다가 한전은 "설치는 제조사의 몫이고 소비자 피해는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전가해 소비자들을 화나게 했다. 소비자들은 한전이 낮은 열효율과 부실시공을 인지해 놓고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이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한전은 지금이라도 이번 히트 펌프 보일러에 대한 전수 조사는 물론 제조사 측에 대한 손해배상도 물어야 한다. 아울러 한전이 직접 나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조사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총체적 부실 드러난 한전 전기보일러 교체사업
입력 2018-08-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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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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