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유람]구례 숨은 명소 '천은사·쌍산재'

드라마(미스터 션샤인) 여운따라… 사찰에서 '낭만 한 컷'

박정욱 기자

발행일 2018-11-08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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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자주 등장한 천은사,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명찰
일주문서 천왕문 가는 길 멋진 풍광, 팔각지붕 다리 '수홍루'에서 절정
상사마을 초입의 고택 '쌍산재'도 필견… 소박한 전통정원 운치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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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는 지리산이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섬진강을 젖줄로 삼은 기름지고 풍요로운 고을이다.

민족의 영산과 남도의 청류가 어우러져 발길 닿는 곳마다 명경이요,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가 머물며 그 이치를 깨달았다고 전해지는 명당이다.

구례는 사찰하면 화엄사, 고택하면 운조루가 꼽히지만, 이번엔 숨겨진 여행지로 화엄사 대신 천은사, 운조루 대신 쌍산재로 떠난다.

천은사는 '미스터 션샤인', 쌍산재는 '1박2일' 촬영지여서 재미를 더한다. 

 

3-천은사 극락보전
고애신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곳으로 드라마에서 자주 비치는 극락보전. /광주일보 제공
 

# '미스터 션샤인'의 천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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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끝났다. 그러나 여운은 길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름없는 의병(義兵)들의 이야기를 담아서일까. 아니면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면 제일 뜨거운 불꽃이고 싶었던 '애기씨'의 과격한 낭만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오직 애기씨만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 사랑해서 미친 사내 구동매의 간절한 순애보 때문일까.

구동매(유연석 분)가 고애신(김태리 분)의 흔적을 찾아갔던 곳이자, 고애신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며, 조부 고사홍 대감의 49재가 열렸던 드라마 속 사찰이 '구례 천은사'다.

천은사는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명찰이다.

창건 당시 경내에 이슬처럼 맑은 차가운 샘이 있어 감로사라 했다. 이 물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이 맑아진다'하여 한 때는 1천명이 넘는 스님이 지내기도 했다.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고 중건할 때, 샘가에 큰 구렁이가 나타나 잡아 죽였더니 샘이 솟아나지 않았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하여 '천은사'라 이름을 바꿨다.

이후 원인 모를 화재가 끊이지 않자,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 두려워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선 4대 명필 중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필체인 수체(水體)로 '지리산 천은사'를 써 일주문 현판을 달았더니, 다시는 화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현판글씨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세로로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가는 길이 참 곱다. 울긋불긋 물든 수풀 사이로 반짝이는 천은저수지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햇살이 만들어낸 물 위의 반짝임은 눈부시다.

1-천은사 수홍루
고애신과 김희성이 마지막 작별을 나눈 수홍루는 울긋불긋 단풍과 반짝이는 물빛이 어우러져 천은사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작은 사진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수홍루.

천왕문에 이르기 전 수홍루를 만난다. 고애신과 김희성(변요한 분)이 서서 마지막 작별을 나눴던 팔각지붕 다리로, 천은사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반짝이는 물빛과 단풍이 어우러졌다. 천왕문이다. 구동매가 천왕문을 통과하던 신이 떠오른다. 그리고 극락보전. 극중 고애신 부모의 위패가 모셔진 전각으로, 이 곳에서 구동매가 읊조렸다.

"안 되는 거겠지요? 이놈은…"

극락보전에 모셔진 부처는 아미타이며, 뒤쪽 벽면에는 백의관음도가 그려져 있다.

극락보전을 마주한 보제루. 화려한 단청 대신 자연 그대로의 나뭇결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고사홍 대감의 49재가 열리던 날 들이닥친 일본군들에 의해 고애신의 식솔들이 무참히 당하고만 있을 때, 구세주처럼 의병들이 나타났다. 보제루 지붕 위에서는 고애신이 검은 실루엣으로 등장했다.

이 가을, 천은사 수홍루를 거닐어보고, 극락보전 앞에서 보제루를 바라보며,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보기를 권한다. 천은사는 유서 깊은 방장선원(方丈禪院)을 템플스테이관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하룻밤 묵어 봄 직하다.

5-쌍산재
호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옛집과 전통정원을 누빌 수 있는 구례 쌍산재. /광주일보 제공

# '비밀의 정원' 쌍산재


'미스터 션샤인'을 뒤로 하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렀던 옛집 '쌍산재'에서 주인장과 여유로운 담소를 나눴다.

지리산 형제봉을 배경으로 섬진강이 감아도는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 초입에 있다. 전형적 배산임수, 전통정원 형태의 고택이다.

최근 전남도는 이 쌍산재를 민간정원 제5호로 등록했다.

쌍산재는 200여 년 전 해주 오씨 집성촌인 이 곳에 주인장 오경영(54)씨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았다. 고조부가 집안에 서당을 짓고, 자신의 호를 빌어 '쌍산재'라 이름 붙였다.

'쌍산(雙山)'은 고조부와 친분이 두터웠던 마을 주민이 이사하자 두 가문이 영원히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며, 두 개의 산처럼 세상에 덕을 쌓고 살자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쌍산재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편 안채와 별당, 사랑채를 중심으로 한 여성공간인 아래채, 안채 뒤 대숲 너머 서당채와 경암당 등 남성공간인 위채다.

두 공간은 확연히 색다르다. 그 경계가 호서정 옆 동백터널이다.

6-쌍산재 동백터널
비밀의 정원으로 인도하는 동백터널. /광주일보 제공

아래채는 아담한 마당을 둘러싸고 안채와 별당, 사당, 사랑채, 그리고 장독대가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다. 건물마다 지반 높이가 다르게 배치돼 흥미를 준다. 왼편으로는 관리동과 별채, 호서정이 배치돼 있다.

안채와 별채 사이로 소담스런 돌계단이 놓여있다. 돌계단 양쪽으로 쭉쭉 뻗은 대나무가 일렁이고, 대나무 아래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길이 아래채와 위채의 경계인 동백터널과 연결된다. 터널을 지나면 시크릿가든,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대문 안에서도 짐작할 수 없었던 비밀의 정원이다.

돌계단 길을 따라 오르면 전통정원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동백나무·모란·산수유·배롱나무·보리수나무 등 65종의 수목과 작약 등 약초식물 등 초본류가 어우러져 거부감 없는 지리산 자연을 연출하고 있다.

청량한 가을햇살이 대숲 꼭대기에 걸쳐 넓은 잔디밭에 내려앉는다.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잔디밭과 어우러져 있다. 쌍산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감탄하는 공간이다.

쌍산재는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한옥체험장이다. 누구라도 부담없이 들어와 호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옛집과 정원을 누빌 수 있다. 조만간 방문객들이 정원을 거닐며 옛집에서 담소를 즐길 수 있도록 찻집을 운영할 예정이다.

오씨는 "쌍산재는 오감(五感)으로 구경하는 오래된 집으로 옛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쉼터"라며 "아이들에게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한 교육의 현장으로, 어른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할아버지·할머니께는 격동기 우리나라가 겪었던 애증의 그 시절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옛집의 정취를 품으며, 대숲과 바람과 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라고 권했다.

광주일보/박정욱기자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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