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화재참사 계기로 근무개선 파업
중징계 해고… 교통공사 출범후 복직
"임단협 후배 위임… 경험 도와줄 것"
"조합원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 제11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정현목(47) 위원장은 "노조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운 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교통공사에는 6개 노동조합이 있는데, 인천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조합원 1천576명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정현목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위원장은 1999년 인천지하철공사에 입사해 2002년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의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2011년 인천메트로(인천지하철공사 후신)와 인천교통공사가 합병되면서 만들어졌다. 그가 입사한 1999년에는 인천 1호선이 개통했기 때문에 채용인원이 많아 정 위원장과 동기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의 주축이 됐다.
정 위원장은 "그때에는 말단직에 대한 열악한 처우, 업무 떠넘기기 등 선배들의 갑질을 동기들과 함께 바꾸자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인천지하철 노조는 2003년 부산, 대구 등 지역의 지하철 노조와 함께 인원 충원,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그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계기였다.
정 위원장은 당시 파업을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해고됐다. 지금의 인천교통공사가 출범한 2011년 '그동안의 대립 문화를 끝내자'는 노사합의를 통해 복직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 위원장은 "복직하기까지 8년간 부평역에 있는 해고자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노조에서 주는 희생자기금을 받으며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해고된 후 노조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했지만 남은 조합원들은 승진 소외 등 회사 내에서 차별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복직한 정현목 위원장이 다시 노조위원장으로 나선 이유는 '세대교체'의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노조를 이끌어 가는 집행부 등은 아직도 1999년 입사한 내 동기들이 주축"이라며 "그와 반대로 청년 조합원의 활동은 거의 없었다. 이대로면 노조가 와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1999년 입사자 중 마지막 노조위원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세대교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3년 임기의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임·단협 협상이 예정돼 있는데 대부분의 역할을 청년 조합원들에게 위임했다"며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소중한 경험인 만큼 노조위원장으로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