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없이 처벌 미룬 '물고문' 학폭위 재심, 2차 피해 어쩌나

김동필 기자

발행일 2019-06-25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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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련회서 '동급생 폭력 사건'
가해자 퇴학·전학·봉사 처분 유보
피해학생과 당분간 같은 공간 생활
"수위 낮아지면 안돼" 국민청원도


동급생에게 '물 고문'을 가해 학폭위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이 재심을 청구, 피해자가 '가해자·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있다'며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놓고 "(재심에서)징계 수위가 낮아져서는 안 된다. 확실하게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처벌에 불응, 재심을 청구할 경우 교육 당국이 가해·피해 학생을 분리 등의 조치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학교, 피해 학생 등에 따르면 경기 소재 'S 고등학교 동급생 물고문 사건'이 발생한 건 학생들이 수련회를 떠난 지난달 22일이다.

이날 저녁 자율시간에 방에서 쉬던 B군은 밖에서 축구를 하던 친구를 발견해 소리 높여 응원했다. 그 때 옆방의 A군이 "조용히 하라"며 B군을 불렀고, B군은 "네"라며 응원을 멈췄다. 그러나 몇 분 뒤 A군은 B군을 강제로 자신의 방에 데려갔다.

A군은 B군의 목에 볼펜을 들이대고 "목을 그어버리겠다"며 위협하며 애국가를 2번 부르도록 강요했다. 그러다 가사 중 '백두산'을 '빽두산'이라 불렀다는 이유로 B군을 화장실로 데려가 "진짜 죽는 게 뭔지 보여주겠다"며 세면대에 물을 받아 물고문을 2차례 가했다.

이를 인지한 학교는 지난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고 A군은 퇴학 처분을, 옆에서 가담한 C군은 전학 처분을, 이를 지켜 본 나머지 2명은 교내봉사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B군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퇴학 처분을 받은 A군이 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한 것이다. 재심에 들어가면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유보돼 가해자·피해자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재심은 7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B군은 급식을 제대로 못 먹는 등 극심한 정신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교 관계자는 "B군이 꿈에서도 가해자들의 웃는 표정이 떠올라 두려워하고 있다"며 "가·피해 학생을 철저히 격리해야 하는데 재심을 청구하면 그럴 수 없다, (학폭위의)과한 처분에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도 "처벌이 유보된 학생의 행동을 강제할 근거가 없어 학교에 철저한 관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내용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1천400여명(24일 오후 6시 기준)이 동의하기도 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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