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다양성의 사회 혁신 가치

김창수

발행일 2019-10-09 제1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검찰 '개혁대상 전락'은 다양성 결핍 때문
검사동일체 원칙, 독립성 가로막는 장애물
단일성 피라미드 해체·내부 견제와 균형을
자율·민주적 '사람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2019100801000539800025251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판단과 인식의 영역에서는 단순함이 미덕이다. 학문의 원리, 인식의 원리는 단순하고 명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제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가설은 명쾌해야 한다. 윌리엄 오컴(W. Occam)은 대상을 가장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진리에 가깝다고 보았다. 만약 동일현상을 설명하는 데, 두 개 이상의 이론이 모두 타당하다면, 우리는 단순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 사건, 현상을 설명하는 논리가 복잡하다면 진리에 접근하지 못했거나 최소한 인식이 아직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식의 대상인 세계는 오히려 다양할수록 아름답게 보인다. 다양함은 심미적 가치를 넘어 생태계의 원리이다. 생태계(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생명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까지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자연생태계의 이상은 다양한 생물이 함께 번성하는 종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 종들이 진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건강한 자연 생태계의 지표는 얼마나 '다른'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느냐이다. 이 다양성은 개체 수준에서도 적용된다. 동물이나 식물은 영양소를 다양하고 균형있게 섭취해야 하며 필수성분이 부족하거나 일부에 편중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신체의 기관들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다양성은 인간의 창조적 사회활동의 결과이자 조건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2001년 '문화다양성 선언'과 2005년 '문화다양성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이 문화 다양성이 교류와 혁신, 창의성의 원천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공동의 유산이라는 규정에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인식의 영역에서 단순화는 미덕이지만, 생태계나 사회 조직과 같은 현실에서의 단순화는 퇴행의 조짐이며 위기의 징표이다. 다채로움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미적 심의경향은 다양성이 삶에 유익하다는 경험의 반영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개혁이 온 나라의 화두가 됐다. 적폐청산의 '포청천'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원인 중의 하나는 검찰조직의 비민주성인 바, 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의 결핍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천500명의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는 기준이 검찰 수뇌부와 같아야 한다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의연히 작동하고 있다. 검사가 곧 검찰이며, 또한 사회와 국가로 자신의 동일성을 확장한다. 실제로 지검, 고검, 대검, 그리고 위계질서의 정점을 형성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상명하복으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일선 수사 검사의 입장에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권의 독립성과 공정한 행사를 막는 장애물이다. 그 점에서 검찰조직은 일종의 군집체(colony)와 닮았다. 군집체는 수천수만의 생물들이 자신의 촉수를 얽어 하나의 생명체와 형태로 생존해가는 집단생명체를 말한다. 대표적 군집체인 볼복스(volvox)는 구성요소들인 개별 세포는 단세포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수만의 단세포로 이뤄진 하나의 개체이다. 군집체에 속한 개체들은 고유의 신호전달체계를 공유함으로써 단일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검찰개혁은 기소권 독점을 통제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로 시작되겠지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동일체인 '단일성'의 피라미드를 해체하고, 내부에 견제와 균형을 담보하는 '다양성'이 도입할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원칙에 의거하되 검사들의 양심에 따른 단위조직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것'과 '차이'가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나 조직은 그 다름과 차이를 창조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나 조직은 필연적으로 경직성과 배타성으로 퇴행하고 '괴물'이 되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김창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