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업무지시·시간연장 꼽아
절반가량 초과수당 못받은 적도

인천지역 공립유치원 교사 10명 가운데 9명꼴로 단설유치원 근무를 기피 하고 있다는 지역 교원 단체의 설문 결과가 나왔다.

상당수가 단설유치원 원장·원감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업무 시간을 벗어난 근무요구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갑질'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그래프 참조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2일까지 공립유치원 교사 1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한 '유치원 교사 근무 환경 실태 조사'를 보면 유치원 교직 사회의 갑질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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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들은 단설유치원 근무 기피 이유(복수응답 가능) 1순위로 '부당한 업무 지시'(120명, 74.1%)를 꼽았고, '근무시간 연장 등 무리한 근무요구'(106명, 65.4%), '과도한 행사·업무 관리자의 자질'(39명, 24%) 등을 꼽았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교장·교감 등 상급자가 있는 병설유치원과 달리 단설유치원은 원장·원감이 최고 관리자여서 이 같은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는데, 공립 유치원 교사 2명 가운데 1명(85명, 52%) 꼴로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근무를 하는 사유(중복응답)는 '행사준비'(66%)와 '관행'(16.7%) 등으로 조사됐는데, 수업준비 때문에 초과 근무를 한다는 비율(22.8%)과 비교해 보면 교사들이 수업이 아닌 관행적인 업무 때문에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근무 시간 8시간 중 수업 준비나 교재연구, 유아특성 파악 등 수업 관련 업무로 사용하고 있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이거나 거의 못한다는 응답 비율이 113명(70.3%)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려면 시간 외 근무가 필수였다.

10명 가운데 9명(87%, 141명)은 '교사로 근무하면서 얻게 된 질병이 있다'고 답했고, '성인의 신체에 맞지 않는 유아 위주로 형성된 환경'(69.8%), '쉬는 시간이 없는 근무환경'(60.5%)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전교조 인천지부 유치원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교육 당국이 업무정상화를 위한 인력지원, 관리자의 갑질 예방교육, 갑질 관리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규정 제정 등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