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경인일보

발행일 2020-01-02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김남일
김남일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5편이다.

다양한 소재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읽는 게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군계일학으로 빼어난 작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 심사자가 15편을 꼼꼼하게 읽은 뒤 고심한 끝에 최종심으로 올린 작품은 이수현씨의 '원더서퍼',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 현해원씨의 '해파리의 밤'이다.

이수현씨의 '원더서퍼'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축구를 떠나 카드회사 콜 센터 직원으로 바뀐 전직 여자 축구선수의 이야기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도 볼만했다. 하지만 서사의 축을 이루는 갈등 구조가 당혹스러울 만큼 단순해서 인간의 복잡한 심층을 드러내기엔 미흡하다고 느꼈다.

장석주
장석주 비평가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주노동자의 반전 인생을 다뤘는데,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중층적 구조로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가독성이 높은 소설을 써낸다는 건 장점이다. 화재 현장에서 의인으로 미화되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자로 처리돼 유령처럼 살다가 타인의 위조 여권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인생 반전을 이룬다는 서사는 핍진성이 희박했다.

좋은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서 인간 실존의 당위성과 의미를 탐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현해원씨의'해파리의 밤'은 어깨에 해파리 문신이 새겨진 동거인의 자살 이후 그의 행적을 더듬는 이야기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망자의 유골 단지를 품고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 그것은 부재의 알리바이, 혹은 인간 내면에 숨은 실존의 당위성 찾기일 테다.

별다른 사건은 없지만 자살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형식은 공감할 만했다.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나 밀도가 다른 투고작들에 견줘 돋보였다.

두 심사자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현해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